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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문과생, 40대, 여자’도 IT 리더 될 수 있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9%’. 한국 스타트업계에서 여성 창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4%, 싱가포르에서는 19%, 런던에서는 18%의 창업자가 여성이다. 최근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한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KSEF)은 한국 스타트업 창업가의 일반적인 모습에 대해 “공학을 전공한, 30대, 남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 사무실 [출처 shreinmedia]

9대 1이라는 압도적인 비율 탓인지, 정보통신기술(IT) 업계의 여성 창업자 이름을 떠올려 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나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만 머릿속에 맴돌 뿐이다.

하지만 업계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지난 18일 ‘여성기업가정신의 날(Women’s Enterpreneurship Day)’를 맞아 한국의 여성 테크놀로지 리더들을 발표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잇달아 여성 경영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서 “올해 한국 IT 업계는 획기적인 사건(landmark)이 일어난 해로 남을 것”이라는 논평도 덧붙였다.

이해진, 김범수부터 마크 주커버그, 제프 베조스를 잇는 여성 ‘테크 슈퍼리치’를 꿈꾸는 이들을 살펴봤다.

▶여성 리더십 시대 열어젖힌 네이버= 한성숙(49) 네이버 신임 CEO 내정자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2017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헌 대표 다음으로 한성숙 서비스총괄이사가 CEO로 재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로서는 7년 만의 CEO 교체다. 
 
한성숙 네이버 신임 CEO 내정자 [헤럴드경제DB]

시가총액 26조원에 달하는, 한국에서 여섯 번째 가는 규모의 ‘대기업’이 여성 CEO를 맞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런데다가 IT 업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덩치를 불리고 있는 ‘공룡 포털’이라는 점에서도 신임 CEO의 통찰에 관심이 쏠린다. 또 전통적으로 ‘개발자’가 우위를 차지하던 조직에서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문과 인재’가 한국 최고의 인터넷 기업 우두머리에 올랐다는 의미도 크다.

한 내정자는 과학기술 분야 기자로 일하다 1990년대 중반 나눔기술에 입사한 후, 엠파스 창업 등을 거쳐 2007년 네이버에 입사했다. 합리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으로, 24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이용자들이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순간을 포착해 네이버를 성공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킨 주인공으로도 평가받는다.

14일 네이버가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 내정자가 올해 3분기까지 비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는 의결권 있는 주식 955주를 갖고 있다.

한 내정자는 22일 열린 네이버 주최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자동 번역과 같은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외부 스타트업에 기술을 개방하고 콘텐츠 소상공인들의 꿈도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에도 여성 리더가 있다= 카카오는 조금 빨랐다. 올해 6월 카카오 미디어팀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임선영(44) 씨도 한성숙 네이버 CEO 내정자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임선영 카카오 부사장 [카카오 제공]

1999년 인터넷 한겨레 뉴스팀에서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04년 다음에 입사해 뉴스 에디터, 미디어팀장, 콘텐츠그룹장 등을 거쳐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임 부사장이 다음과 카카오에서 도입한 온라인 토론장인 ‘아고라’, 외부 블로거들의 글을 뉴스로 만드는 ‘블로그 뉴스’, 그리고 독자 펀딩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결과물을 내놓는 ‘뉴스펀딩’ 등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또 임 부사장은 대대적인 ‘임원급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는 카카오에서의 입지도 굳건하다.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유입되면서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인사들이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임 부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세훈 부사장만은 제외다.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임 부사장은 “올해가 뉴스혁신의 해였다면 내년에는 동영상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이용자의 24시간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포털이 24시 방송국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포털 직원에서 창업가로= ‘코노’라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만든 스타트업 코노랩스(Konolabs) 대표 민윤정(44) 씨도 ‘포털 출신’이다.

민 대표는 1995년 다음에 입사해 커뮤니티본부 본부장, NIS 이사 등을 거치며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의 업무를 전담했다. 2014년 다음을 퇴사한 그는 코노랩스라는 스타트업을 차리고 개인 스케줄 비서를 웹 기반으로 옮긴 서비스를 개발했다. 
 
민윤정 코노랩스 대표 (가운데) [출처 헤럴드경제DB]

포브스는 민 대표를 소개하며 “기업가들이 서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 각자를 돕는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을 전했다.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직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 분야를 선점해 가고 있는 민 대표의 행보가 돋보인다. 코노랩스는 최근 싱가포르 국영 투자사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향후 코노랩스는 2만달러(2300만원) 가량의 상금을 받고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쉽, 멘토링 기회를 받게 될 예정이다.

▶머신러닝으로 금융권에 돌파구를= 엄수원(29) 솔리드웨어 공동창업자이자 공동대표는 스타트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보험사에서 일했다. 보험사 고객의 데이터들이 ‘빅 데이터’에 비견할만큼 많은데도 실제 활용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에서 창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엄수원 솔리드웨어 공동대표 [솔리드웨어 제공]

솔리드웨어 공동 대표이자 남편인 올리비에 뒤센은 프랑스 국립정보과학자동화연구소 출신의 컴퓨터 공학자로, 한국인 엄 씨와 결혼하며 한국으로 거처를 옮겨 인텔코리아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엄 씨와 신혼집에서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이들이 만들어낸 솔리드웨어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바탕으로 고객 정보를 체계화하는 기술을 금융권에 퍼뜨리고 있다. 신한은행, KB캐피탈, AXA 손해보험, 웰컴저축은행 등이 고객이다.

엄 씨는 포브스에 “여성으로서 테크놀로지 회사를 만든 것에 대해 흔치 않다는 반응이 많지만, 정말 여성 기업가들을 독려하려는 태도는 성별 자체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와 스타트업의 흔치않은 만남= 강윤모 피스컬노트 한국지사장은 20대에 ‘우리동네 후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강윤모 피스컬노트 한국지사장 [피스컬노트 제공]

2010년 아버지가 시의원 선거에 나가면서 후보 홍보를 나섰던 그는 한국 정치에서 후보 캠페인에 대한 효율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개발한 ‘우리동네 후보’라는 앱은 각 정치인의 정보를 모으고 시민과 후보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둘어진 플랫폼이다.

올해 초 강 지사장은 미국 의회와 정부 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킨 미국 스타트업인 피스컬노트와 손을 잡았다. 한 인터뷰에서 강윤모 지사장은 “정치와 IT기술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우리동네후보와 피스컬노트가 비슷한 점이 많아 한국계 팀 황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 알고 지내다가,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아 수락했다”고 말했다.

피스컬노트는 야후 창업자 제리 양, 댈러스 메버릭의 구단주 마크 큐번 등으로부터 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유망 스타트업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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