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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초교동창’ 정의선(현대차)-조현식(한국타이어) ‘미묘한 갈등’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국내 1위 타이어업체 한국타이어는 2014년 말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함께 세계 3위권의 자동차공조업체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을 36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공동 인수하며 자동차 공조부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지분 50.5%, 한국타이어가 19.49%를 각각 가졌다.


인수 당시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는 현대차그룹과 격한 신경전을벌였다. 현대차의 주요 협력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가 과도한 차입을 통해 인수되면 투자가 줄어 부품의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향후 재매각시 기술유출 등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정몽구(78)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46) 현대차 부회장과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79) 회장의 장남 조현식(46)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렸다. 두 사람은 서울 경복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사업과 관련해서도 서로 논의를 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을 의식한 조현식 사장은 당시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와 관련해 정의선 부회장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당시 조현식 사장 외에도 한라비스테온공조 공동 인수에 참여한 한상원(45) 한앤컴퍼니 사장에게도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원 사장은 모건스탠리PE(MSPE) 대표로 있던 2006년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대로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 준 이후 정의선 부회장과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상원은 미국에서 엘리트코스를 밟아 현재 운용자산 3조원이 넘는 한앤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미국의 명문 사립고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거쳐 예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MBA를 나온 한상원 사장은 모건스탠리PE 한국대표와 아시아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냈다. 이후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한앤컴퍼니를 설립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주최한 금융인 오찬에 참석한 한상원(45) 한앤컴퍼니 대표

최근 현대차와 한국타이어 사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한앤컴퍼니와 공동 인수한 이후 갈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한국타이어가 현대차그룹의 주요 신차에 타이어를 공급한 것과 달리, 최근 발표된 현대차의 신차엔 연달아 수입 타이어 브랜드가 채택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신형 그랜저(IG)에는 18ㆍ19인치 타이어에 미쉐린이, 17인치엔 금호ㆍ넥센 타이어가 달리고 한국타이어는 LPG 모델 18인치에만 장착된다.

과거 최고급 모델인 에쿠스에 한국타이어가 장착된 것과 달리, 지난해 12월 출시한 고급차 제네시스 EQ900에는 미쉐린과 컨티넨탈 타이어가 채택됐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에도 기본 타이어로 컨티넨탈이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에는 미쉐린이 장착됐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차그룹 신차에 잇달아 타이어 공급을 놓친 상황에서 수입차 브랜드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2013년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에 이어 포르쉐 ‘마칸’, BMW ‘7시리즈’,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자동차 공조부품 제조업 진출은 타이어에 치중된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조현식 사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타이어 사업은 원재료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한국타이어 그룹 내부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PC화면 캡처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링크 가기)

한국타이어는 2012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체계로 분할하면서,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회장은 장남과 차남의 역할을 분담시켰다. 장남인 조현식 사장이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맡아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차남 조현범(44) 사장은 사업회사 한국타이어를 맡아 타이어 사업에 집중했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해 7월에는 형제에게 전문영역을 서로 바꾸는 이른바 ‘교차 경영’을 지시했다. 조현식 사장이 한국타이어 마케팅 본부장을,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 본부장을 겸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후계 구도 본격화를 위한 경영능력 검증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지주사 전환 이후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커졌다.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양래 회장이 23.59%로 최대주주이고, 조현식 사장 19.32%, 조현범 사장 19.31%, 조 회장의 딸인 조희원(49) 씨가 10.82%를 보유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집계 중인 ‘한국 100대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한국타이어 등을 포함한 조양래 일가의 총 주식자산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조양래 회장의 주식평가액이 1조1351억원이며, 조현식과 조현범, 조희원은 각각 5132억원, 6311억원, 2573억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셋째 딸 수연 씨와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결혼식 사진. (앞줄) 이명박 대통령 내외 (뒷줄 왼쪽부터) 아들 시형, 둘째 딸 승연, 셋째 딸 수연, 사위 조현범 부사장, 큰 딸 주연, 사위 이상주(변호사).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조현식 사장은 미국에서 힐스쿨 포츠타운고등학교와 시러큐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5년 미국 미쓰비시상사에 입사해 2년 동안 경험을 쌓다가 1997년에 한국타이어로 자리를 옮겼다. 조현식 사장은 고 설경동 대한전선그룹 창업주의 외손녀인 차진영 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현범 사장은 2001년 한국타이어 광고팀 팀장으로 입사해, 2012년 한국타이어 사장에 등극하며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200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셋째 딸인 수연 씨와 결혼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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