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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폐수방출 4년 간 내부거래ㆍ오너家자산 1200억↑…‘1조클럽’그림자
-‘벤젠폐수’ 무단 방류 대한유화, 매출 ‘1조 클럽’안착

- 총수 지분 100% 지주사 그룹 장악…매출 절반 이상‘관계자 거래’

- 오너家자산 4000억 육박…현금배당 4년 간 170억원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석유화학제품 생산기지가 밀집한 울산시 울주군. 한 회사의 ‘온산 공장’이 2012년 7월부터 4년 가까이 폐수 79만 3000여ℓ를 무단 방출했다. 배출 기준 6배 초과한 벤젠도 함께였다. 1급 발암물질이다.

이 공장은 원유 정제과정서 나오는 에틸렌(C2) 등을 연 82만 톤(M/Tㆍ14∼15년 기준)씩 만든다. 에틸렌의 경우 국내 생산력 6% 수준이다. 인근 ‘울산 공장’서 나오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등 합성수지 재료는 국내 생산 20%를 차지한다. 바로 주요 석유화학 업체로 꼽히는 대한유화다.

대한유화 로고

4년 간 ‘발암물질’을 방류한 대가로 6000만 원 과징금을 내는 대한유화는 창업주 2세 이순규(57) 회장과 친인척 10여명이 지분을 나눠 가진 상장기업이다. 같은 기간 연 매출 1조7000억∼2조 원을 꾸준히 유지하며 매출 ‘1조 클럽(?)’에 안착했다. 올해도 매출 1조 원 초과가 무난하다. 그리고 이 회장이 지분 93%를 쥔 개인회사‘KPIC코포레이션(이하 KPIC)’ 등 계열ㆍ자회사들은 4년 간 대한유화 매출 절반 이상을 담당해 왔다.

같은 기간 이 회장 등 오너일가 자산도 2700억원 대에서 4000억원 수준으로 1200억원 이상 불었다.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현금배당도 상당했다.

▶회장 지분 93% 지주사가 그룹장악=대한유화는 고 이정림 명예회장이 1970년 창립했다. 2001년엔 이순규(57) 현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창업주 동생 고 이정호 명예회장 아들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 대한유화의 최대주주는 비상장 기업 KPIC다. 무역ㆍ복합운송ㆍ용역 등을 영위한다. 2013년엔 기존 지주사 역할을 맡던 유니펩을 흡수해 ‘대한유화그룹’ 지주사 역할도 맡고 있다. KPIC는 이 회장과 부인 김미현 씨가 지분 100%를 갖고있다.


이 회장과 KPIC를 정점으로 한 대한유화는 9월 현재 자회사와 계열사 등 3개 기업을 지배구조 하위에 두고 있다. 공업용 가스를 제조ㆍ판매하는 코리아에어텍, 그리고 울산 공단에 전기 등을 공급하는 ㈜한주 등이다. 이 밖에 KPIC가 지분 100%를 쥔 해외 자회사 ATMAN PTE.LTD도 있었으나 지난 해 청산했다.

▶ 그룹 ‘내부거래’합계 6.3조…주력기업 매출 절반 이상 차지=대한유화그룹을 구성하는 이들 회사는 주력기업인 대한유화와의 거래가 상당하다.

공교롭게도 온산공장서 대규모 폐수가 방출되기 시작한 2012년, 대한유화와 계열ㆍ자회사 간 거래 규모는 최근 4년 간 가장 컸다. 매출 및 매입 거래액 합계는 2조 8951억원이었다. 이는 2013년 이후에도 매년 1조∼1조 3000억원 대를 유지 중이다. 합치면 6조 3000억원 이상이다.


이처럼 그룹과 관계를 맺은 회사 가운데 핵심은 사실상 이 회장 개인회사인 지주사 KPIC다. ‘공장’이 핵심인 대한유화의 손발과도 같은 존재다. 대한유화 생산품을 대신 사주는 구매 대행 역할을 한다. 이 회사가 대한유화서 사들인 ‘매입’ 금액은 2012년 대한유화 매출(개별 기준) 2조 752억원의 44%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3년(28%)을 빼면 줄곧 50% 내외였다.

석유화학제품을 공급받아 국내외로 판매하는 상사업계서도 ‘KPIC’란 이름은 대한유화와 같은 의미로 인식된다. KPIC에서 공급하는 대한유화 제품을 사서 영업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PIC는) 대한유화 제품을 먼저 사들여 마진을 남기고 되파는 일종의 ‘1차 공급선’으로 보면 된다”며 “실제 상사들이 대한유화와 맺는 물량 계약서에도 판매자 란엔 ‘KPIC’가 찍혀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한 곳은 KPIC가 지분 100%를 가졌던 ATMAN이다. 청산 전까지 이 자회사는 원료 구매를 주로 했다. ‘공장’가동에 필요한 재료를 대신 사 주는 것. 이런 방식으로 ATMAN은 2012년 매출 71%를 충당했다. 2013년에도 매출 절반 가까이를 같은 식으로 해결했다.

특이한 것은, ATMAN이 청산 절차를 밟은 뒤 ‘원료매입’역할을 KPIC로 넘겼단 점이다. 실제 KPIC는 이전에 없던 원재료 매입거래를 2014년부터 시작했다. 207억 원에서 시작한 이 거래규모는 2015년 487억 원으로 갑절 이상 늘었다.

다른 자회사 코리아에어텍 등 2곳도 2013년 이후 대한유화와 거래해 발생한 매출 비율이 올라갔다.


이런 방식으로 그룹 내 자회사 또는 관련기업들은 4년 간 대한유화 매출의 46∼58%를 차지했다. 누적액은 4조 84억원이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의 51.4%다.

▶ 4년 간 오너家 자산은 1200억UP…배당도 150억 이상=어떤 제품보다도 실시간으로 변하는 원유 가격에 민감한 게 석유화학업계다. 그러나 대한유화는 지난 4년 간 나름대로 실적을 냈다. 매출은 1조∼2조원을 넘나들었다. 2013년 이후엔 영업 적자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총수 일가가 쥔 상장ㆍ비상장사 주식자산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늘었다.

우선 이 회장이다. 2012년 그는 상장된 대한유화 지분을 비롯, 비상장사 KPICㆍ유니펩을 장악하고 있었다. 합계 24만여주의 당시 가치는 2168억여원이었다. 부인 김 씨와 친인척 13명의 자산을 합친 오너 일가 자산은 2757억여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이 회장 등의 주식 자산은 3678억원으로 뛰어오른다. 이듬해엔 주가 하락 등으로 주춤했지만, 2015년 이 회장과 친인척들 자산은 반등했다. 대한유화 등 오너일가가 직접 쥔 지분 평가액 합계는 3999억 7000만원 수준이다. 4000억원에 육박한다. 2012년 이후 1242억 원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총수 일가가 받아간 현금 배당도 상당하다. 특히 이 회장 부부는 2013년을 빼고 매년 고액 배당을 비상장사에서 챙겼다. KPIC 는 2012년 1주 당 3만7700원을 배당액으로 책정했다. 당시 지주사 역할을 하던 유니펩(이 회장 지분 62%)도 주당 4만4000원을 배당했다.

이 뿐 아니다. 유니펩을 흡수한 KPIC는 2014년 주당 6만6083원(중간ㆍ결산배당 합계)을 배당해 이 회장 부부에게 안겼다. 2015년에도 주당 3만3000원 씩을 현금으로 나눠가졌다. 두 명이 KPIC 등에서 4년 간 챙긴 배당금 합계는 121억원이다.


상장사인 대한유화 배당액도 주당 1000원(2013년)에서 3000원(2015년)까지 올렸다. 오너 등 총수 가족이 받아간 현금배당은 50억원 이상이다.

이렇게 이 회장 부부 등 10여명이 대한유화그룹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171억여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발암물질이 든 폐수를 방출해 회사가 낼 과징금 6000만원보다 285배 많다.

참고로 울산시에 따르면, 폐수방출과 관련해 부과된 이번 과징금은 허용 최대 규모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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