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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돕는 中 기부왕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4605명 사살, 약 80만명 자수’

지난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ㆍ71) 대통령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이 벌어지는 필리핀에서 지난달 23일까지 경찰의 단속 과정 등에서 사살된 마약용의자는 4000명이 넘는다. 자수하는 마약용의자도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늘어난 마약용의자를 수용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마약중독자 재활원을 새로 개관했다. 필리핀 북부 누에바에시하 주의 막사이사이 군사기지 안에 위치한 이 재활원은 마약중독자 1만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다.

지난달 29일 필리핀 마약중독자 재활원 개관식에 참석한 로드리고 두테르테(71ㆍ왼쪽) 필리핀 대통령과 황루룬(65) 스지진위안그룹 회장 [출처=abs-cbn]

이 재활원 관련 비용은 올해 필리핀 국가 예산에 편성돼 있지 않아, 4조원대 자산을 가진 중국의 한 자수성가 재벌의 도움으로 세워졌다.

그 주인공은 중국의 부동산 갑부 ‘황루룬’(黃如論ㆍ65) 스지진위안(世紀金源)그룹 회장이다. 필리핀 정부가 막사이사이 군사기지의 일부인 10만㎡의 토지를 내놓고, 황루룬 회장이 건설 비용을 기부하면서 대규모의 재활원이 세워질 수 있었다.

필리핀 북부 누에바에시하 주의 막사이사이 군사기지 안에 새로 개관한 마약중독자 재활원의 공사모습 [출처=마켓모니터]

황 회장과 필리핀의 인연은 30년 전 시작됐다. 필리핀은 그에게 성공의 시작점이 된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1951년 중국 푸젠(福建)성 롄장(連江)현 작은 마을의 한 빈곤가정에서 태어난 황 회장은 가난 때문에 15세때부터 장사에 뛰어들었다.

변변한 수익을 내지 못한 그는 35세였던 1986년 돈을 벌러 필리핀으로 건너가 마닐라 차이나타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필리핀에서 수년간 노력한 끝에 화교 출신 한 부호와 함께 미군기지가 있었던 필리핀 수빅만(灣)의 토지 입찰에 뛰어들어, 이를 낙찰받으면서 큰 돈을 벌었다.

1991년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국에 돌아온 황 회장은 필리핀에서 번 돈을 푸젠성과 베이징 등의 부동산에 투자해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섰다.

스지진위안그룹 로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황루룬 회장의 자산은 34억달러(약 4조원)로 중국 부호 가운데 49위에 올라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스지진위안그룹도 50여개의 자회사 및 5성급 호텔 20곳, 쇼핑몰 10곳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총 2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황루룬 회장은 필리핀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올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가했고, 이후엔 몇차례 대통령과 회담했다.

황 회장은 7월 필리핀을 방문해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재활센터 건립 지원 요청을 받았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약 중독자를 수용할 대규모 재활원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올해 국가 예산을 편성할 때 재활원과 관련한 예산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황 회장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황 회장은 마약의 유해성에 공감하며, 그 자리에서 재활원 건립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황루룬 회장은 최근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마약은 국가의 질서를 어지럽게 하고, 사람들을 파괴하는 모든 인류의 적”이라며 재활원 건립 지원의 이유를 밝혔다.

황루룬 회장의 기부금으로 지어지는 칭화대 미술관 조감도 [출처=칭화대 뉴스]

그는 특히 우리 돈으로 총 1조원 정도를 기부한 중국 최고의 자선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09년 후룬(胡潤)연구소가 발표한 중국의 기부금 액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여러 차례 중국 최고 자선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 회장이 나눔을 실천한 돈은 주로 학교를 짓는 교육사업과 빈곤 퇴치 등에 쓰여졌다. 올 초에는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학교의 미술관을 짓는 프로젝트에 3000만달러를 기부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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