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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美 거부들의 ‘명예’, TOP10 재단은 무슨 일을 할까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재단’은 명예로운 이름이었다. 이름 있는 거부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환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설립했다. 지속적으로 빈곤과 질병 퇴치, 장학사업 등에 선뜻 돈을 투척하며 존경과 명예를 얻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재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들의 이미지가 땅에 추락한 지 오래다. 자선재단의 교과서 같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 최근 한국사회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박근혜 게이트’의 도입부도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재벌기업에 수백억 원대 출연금을 강요해 설립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었다. 
 
헤럴드DB

또 한국에서 공익재단은 재벌의 꼼수 증여ㆍ상속 수단으로도 악용되기도 한다. 증여세 절감이나 기타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좋은 의도로 재단을 설립해 자선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반면 자본주의가 훨씬 일찍 발달한 미국의 경우 자선재단 사업도 전통이 깊다. 재단의 규모도, 운영 방식도, 철학도 우리의 모습과 꽤 거리감이 있다. 2016년 기준 미국의 규모 1~100위 재단의 규모를 합치면 2700억달러(315조8000억원)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한 해 정부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더불어 수십년 전 부호들에 비해 현대의 거부들은 훨씬 배포가 남다르다. 재단을 만들고 재산을 계속 떼어주며 죽기 전까지 그 돈을 다 써 버리겠다는 부호도 있다.

1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규모 400억달러)

부동의 세계 1위 부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2000년도에 세운 재단이다. 포브스가 집계한 빌 게이츠의 자산은 829억달러(96조7000억원). 전 세계의 빈곤과 질병 퇴치, 교육 등에 공력을 집중하는 이 재단의 규모는 현재 400억달러(46조7000억원) 수준이다. 빌과 멀린다 게이츠는 자산도 세계 1위, 자선 규모도 1위인 부부로 수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

이 재단의 운영은 빌과 멀린다 이외에도 빌의 ‘절친’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관여하고 있다. 2006년 버핏이 자신의 자산 85%가량을 대대적으로 분산ㆍ기부하는 사업을 벌일 당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워런 버핏의 운영 참여는 빌과 멀린다가 살아있는 동안에만 유효하다는 발표도 뒤따랐다.

마찬가지로 ‘빌과 멀린다가 살아있는 동안’ 400억달러 규모의 돈을 모두 소진하는 것이 이 재단의 목표다. 이 재단은 현재 61세인 빌 게이츠가 80대 고령으로 접어들게 되는 20여년 사이 자산을 모두 기부로 돌릴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한 해에만 31억8000만달러(3조7000억원)을 썼다. 이 규모는 지난해 어떤 자선재단보다도 많은 지출 규모였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로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또 다른 특징은 소액 기부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액 기부금을 원래의 목적으로, 즉 빈곤 퇴치 등에 보태지는 것이 아니라, 소액 기부를 처리하기 위한 추가적 직원 고용에 쓰여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신 빌과 멀린다 게이츠, 그리고 워런 버핏은 전 세계 슈퍼리치들의 기부를 유도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을 펼치고 있다.

2위. 포드 재단 (규모 121억4000만달러)

‘자동차 왕’ 헨리 포드와 그의 아들 에셀 포드가 1936년 5억달러(5800억원)의 기금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포드 재단의 규모는 80년동안 불어나 현재는 121억4000만달러(14조2000억원)가 됐다.

포드 재단은 현재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인간 삶의 질 향상(Advance Human Welfare)”으로 명료하다. 재단이 가지고 있던 포드 모터스 지분은 1974년까지 모두 처분돼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이나 연관성은 거의 줄어든 상태다. 재단은 교육, 인권, 민주주의, 예술, 제3세계 발전 등 여러 주제에 미국 뉴욕의 본사, 해외 지사 10곳 등을 통해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세서미 스트리트

포드 재단은 1969년 시작돼 현재까지 방영되는 최장수 유아교육 TV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카네기 재단이 800만달러를 쾌척한 후후 포드 재단이 100만달러를 더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다른 인종, 이민자, 빈곤층 등을 모두 평등하게 조명하는 시각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3위. 장 폴 게티 기금 (규모 105억달러)

장 폴 게티는 현재 생존한 거부는 아니지만, 지구상 최초의 슈퍼리치로 알려진 기업가다. 그는 아무도 ‘중동=석유국가’라는 공식을 알지 못하던 시절,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먼 나라에서 처음 석유를 발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후 게티 오일이라는 석유회사를 차리고 거부 자리에 올랐다. 그가 사망한 1976년 당시 그의 자산은 20억달러(2조원ㆍ현재 가치로는 10조원 가량)에 달했다.

지구상 첫번째 억만장자라는 명예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구두쇠였던 그의 일화가 현대에는 더욱 유명하다. 
 
장 폴 게티

그는 1973년 이탈리아에서 혼자 떨어져 지내던 손자를 납치한 마피아가 몸값을 요구했을 때 이를 거절했다. “나에게 손자가 14명이나 되는데, 한 번 돈을 준 선례를 남기면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후 손자의 한쪽 귀가 소포로 도착하고 나서야 아들에게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몸값을 빌려줬다. 한쪽 귀가 잘린 채로 손자는 무사히 돌아왔지만 이후 마약에 중독된 불행한 삶을 살다 요절했다.

장 폴 게티는 미술품 애호가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는 1953년에는 장 폴 게티 기금을 설립하고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LA)에 장 폴 게티 미술관, 장 폴 게티 센터, 빌리지 등을 차례로 세웠다. 이 기금은 현재 105억달러(1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불리며 문화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4위.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규모 95억달러)

국내에서는 베이비 로션 등으로 유명한 ‘존슨 앤 존슨’ 창업자가 1972년 설립한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은 “모든 미국인의 건강과 건강 관리 증진”을 목표로 한다.

로버트 우드 존슨은 가족 회사 규모로 시작한 ‘존슨 앤 존슨’을 세계 최대 헬스 케어 제품 브랜드로 도약시킨 전설의 기업가다. 그가 1968년 사망하면서 남긴 회사 주식 1020만여 주가 이 재단의 마중물이 됐다. 
 
존슨 앤 존슨

현재 이 재단의 규모는 95억달러(11조1000억원) 수준. 매년 4억달러(4600억원) 가량을 기부로 소진하고 있다. 헬스케어 접근성을 높이는 활동이나 어린이 비만 문제, 의료인 전문성 수련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또 주거의 질, 폭력, 가난, 신선한 먹거리 등 개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경제적 요소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2007년에는 어린이 비만이라는 단일 이슈에만 5억달러를 쾌척하는 통큰 기부로 주목받기도 했다.

5위. 윌리엄 앤 플로라 휴렛 재단 (규모 86억달러)

HP 공동창업자 윌리엄 휴렛과 그의 아내 플로라 휴렛이 1966년 세운 재단이다. 재단 규모는 86억달러(10조원)에 이른다. 이 재단의 목표는 “교육ㆍ문화단체를 지원하고 사회적ㆍ환경적 이슈를 진보시키는 것”으로 다소 추상적이다.

그래서인지 재단은 굉장히 다양한 부문에 폭 넓은 기부를 하고 있다. 교육, 기후변화, 저널리즘, 가정과 출산 관련 이슈 등 관심사가 다양하다. 매년 2억~3억달러 규모의 기부를 정착시키고 있다.

휴렛 재단은 스탠포드, UC버클리 등 대학고 클라이밋 웍스(Climate Works)라는 재단에 이따금씩 ‘몰아주기’식 기부를 하기도 했다. 2001년 스탠포드 대학에 4억달러를, 2007년 UB버클리에 1억1300만달러를 성큼 내놓았다.

6위. W.K. 켈로그 재단 (규모 81억5000만달러)

간편한 아침식사 시리얼, ‘켈로그’의 창업자 윌리엄 키스 켈로그는 1934년 회사 주식 6600만달러로 재단을 창립했다. 현재 켈로그 재단의 규모는 81억5000만달러(9조5000억원) 정도다. 

켈로그

어른들부터 아이들까지 즐겨 먹는 시리얼의 이름에 걸맞게 유년기 교육 지원 등에 재단 사업을 주력하고 있다.

7위. 릴리 기금 (규모 77억달러)

77억달러(9조원) 규모의 릴리 기금은 1937년에 설립됐다. 재단 설립자 조슈아 K. 릴리 대령은 약학자이자 남북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미국 제약회사 ‘엘리 릴리 앤드 컴퍼니’를 설립한 기업가다.

엘리 릴리 앤드 컴퍼니의 본거지는 미국 인디애나주. 이 기금은 특별하게 인디애나 주에 있는 기관들에 대해서만 독점적으로 지원하는 원칙을 세웠다. 종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

8위. 데이비드 앤드 루실 패커드 재단 (규모 63억달러)

윌리엄 휴렛과 함께 HP를 창업한 데이비드 패커드와 그의 아내 루실 패커드가 1964년 함께 세운 재단이다. 올해 재단 규모는 63억달러(7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재단의 관심은 어린이 문제, 출산, 과학기술, 지구 환경 시스템 보전 등까지 넓게 뻗어있다.

9위. 존 D. 앤드 캐서린 T. 맥아더 재단 (규모 60억달러)

1960년대 시카고를 기반으로 한 보험 회사를 운영하던 존 D. 맥아더는 플로리다 팜 비치에 부동산 투자로 돈을 불렸다. 1975년에는 재단을 설립하고 자선 사업을 시작했다. 이 재단은 소위 ‘천재 장학금’으로 알려진 ‘맥아더 펠로우쉽’으로도 유명하다. 

맥아더재단

10위. 고든 앤드 베티 무어 재단 (규모 58억달러)

앞선 재단보다 훨씬 최근에 설립된 고든 앤드 베이 무어 재단은 2000년 미국 최대 반도체회사 인텔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 회장 부부가 설립했다.

최근 이 재단은 환자 보호 프로그램과 환경 보전 활동에 힘쓰고 있다. 2007년에는 UC데이비스 대학의 간호학교에 1억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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