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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연초“高유가”예측 석유부호,11개월 새 13조 벌고 ‘장관’입성?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기름값이요? 연말엔 갑절이 될겁니다. 배럴(약 159ℓ) 당 60달러까지 간다고 봅니다”

국제 원유가격이 가장 비쌌던 4년 전 보다 80%정도 내려간 지난 1월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름 값이 오를 것이라 장담한 억만장자가 있었다. 해롤드 햄(70)이다. 미국 최대 석유 생산 업체 중 하나인 콘티넨탈리소시스(Continental Resources) 창업자다. 대중이 그의 ‘예언(?)’에 주목한 이유다. 시장은 그를 조롱하듯 움직였다. 닷새 뒤 3대 유종(두바이유ㆍ북해산브렌트유ㆍ서부텍사스유(WTI)) 평균 가격은 배럴 당 27 달러를 찍는다. 2003년 이후 최저치였다. 돌아보면 2016년 들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해롤드 햄 콘티넨탈리소시스 창업자

그런데 11개월 가량 지난 현재. 그의 발언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5일 현재 WTIㆍ브렌트ㆍ두바이유 값은 배럴 당 모두 50달러를 넘겼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60달러까지 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부터다.

이 뿐 아니다. 햄의 개인 자산도 기름값을 따라갔다. 연초 대비 12조9000억원(110억달러)이 올랐다. 1년도 안 돼 곳간 크기를 2.9배 늘린 셈이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반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단순히 기름값이 올라서였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자수성가의 노력, 때를 만나다=햄은 미국의 대표적인 ‘흙수저’였다. 오클라호마 소작인의 13번 째 자식이었다. 가난했다. 10대부터 손에 기름때를 묻히며 사업을 꿈꿨다. 20살이 되던 1966년 해롤드 햄 탱크 트럭(Harold Hamm Tank trucks)을 세웠다. 이후 셰일가스 시추기술의 ‘개척자’로 변신한다. 지금은 미국 대표 셰일유 생산지 노스다코타 주(州) 바켄(Bakken)에서 기름을 가장 많이 뽑아내고 있다.

햄은 시장을 잘 알고 있었다. 50년 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탓이다. 그만큼 변화에 민감했다. 원유 공급 감소를 대비해 작년부터 생산을 늘리기 시작한 것. 모두 가격이 더 떨어진다며 시장을 비관할 때 선제대응을 한 것이다. 
 
콘티넨탈 리소시스 로고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햄의 회사는 지난해 하루에 원유 14만6600배럴을 생산했다. 전년보다 20% 이상 늘렸다. 올 1분기까지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며 ‘상승장’에 대비했다.

더 중요한 건 햄이 원유 생산을 늘리며 비용은 오히려 줄였단 점이다. 가격이 오를 때 판매 수익을 극대화 하겠단 전략이다. 실제 생산비는 2014년 배럴 당 평균 5.58달러에서 작년 4.3달러로 내렸다. 이는 올들어 3.5달러까지 줄었다.

전체적인 시장 상황도 11개월 전 그의 발언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캐나다 산불ㆍ나이지리아 내전 등 산유국의 악재가 겹치며 유가가 뛰기 시작했다. 골드먼삭스 등 시장 분석 기관의 공급 감소 전망도 잇따랐다. 11월엔 OPEC도 감산을 공식 합의했다.

▶유가 따라간 주가…자산증가 ‘세계 1위’동력=반전이 시작되자 햄의 개인자산도 급등한다. 그의 돈줄 97%를 차지한 콘티넨탈리소시스 주가가 꾸준히 올라서다. 공교롭게도 기름 값 상승 추이를 그대로 맞춰 올랐다.
 
1월 이후 해롤드 햄이 세운 콘티넨탈리소시스 주가는 급등했다. [출처=야후파이낸스 화면 캡처]

햄이 ‘유가급등’을 언급하던 즈음인 지난 1월 20일 이 회사 주가는 16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그러나 8월엔 50달러를 찍었다. 올들어 처음이었다. OPEC이 원유 감산을 약속한 지난달 30일엔 58달러까지 ‘등정’했다. 연중 최고치였다. 10개월여 사이 3.6배 뛴 셈이다.

이렇다 보니 5일 현재 그의 자산은 167억달러(19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110억달러 증가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억만장자 200명 중 자산을 가장 많이 불렸다. 연간 자산상승폭 세계 1위 자리를 몇 달 째 내려놓지 않고 있다. 그의 고향 오클라호마를 대표하는 부호가 된 지도 오래다. 


햄의 ‘승승장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대선 당선자가 꾸릴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 장관 물망에도 오른 바 있다. 미국 매체들은 “햄이 트럼프의 오랜 친구”라며 일종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그의 회사 콘티넨탈 리소시스 측은 어떤 확답도 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지난 1일 폭스뉴스는 “난 (에너지 장관직을)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햄의 발언을 인용, 그가 장관직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햄은 CNBC와도 만나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에너지 장관직을 맡아야 한다”며 입각 제의를 완곡히 거절했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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