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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SPC vs ‘소실다득’ 월마트
2016.12.22 15:26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 = 홍승완ㆍ이세진 기자] 파리바게트로 유명한 SPC그룹이 국민들로부터 맹비난받고 있습니다. 계란 때문입니다. 최악의 조류독감(AI)로 양계산업이 휘청이고, 계란 수급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SPC가 직원들에게 계란 사재기를 지시한 내부 문건이 언론의 취재로 드러나면서 입니다. 대형마트에서조차 ‘1고객1판’으로 판매량을 제한하고 나선 와중에 대기업인 SPC가 일선직원들까지 동원해 ‘계란 사재기’에 나섰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회사측은 “구매 담당 일부 부서에서 해당 직원들에게 ‘제안’한 것이지 공식적으로 전사에 공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공개된 문건에 ‘포장된 30구들이 달걀 한 판을 우선 사되 없을 때는 15구들이를 살 것’과 같은 ‘구매지침’은 물론, ‘구매한 달걀을 지하 3층 수집 장소에 가져오면 구매담당자는 영수증을 받은 뒤 구매 확인증을 주고 총무팀이 계란 구매 대금을 추후 정산해주겠다’는 구매 후 ‘프로세스’도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제안’이라고 하기엔 ‘조직적’으로 느껴집니다. 지시는 회사가 하고, 문제가 되면 일부 직원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대응도 또 한번 등장했습니다. 

계란은 SPC그룹에게는 매우 중요한 ‘원자재’ 입니다. 빵, 도넛, 아이스크림 등 SPC의 주력 제품은 계란 없이는 만들수 없는 게 대부분 입니다. SPC그룹 차원에서 소비하는 계란만 하루 80톤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악화되는 계란 수급 상황이 SPC그룹에게는 유독 다급하게 느껴졌을것으로 짐작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로 SPC그룹이 사들인 계란은 많아야 수백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계란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는 해도, 전체 공급량에 비하면 미미한 양입니다. 직원들을 통해 사들인 계란으로 발생될 매출도 얼마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점에서 보면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가볍게만 볼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네 빵집도 아닌, 국내 최대 제과업체이자 계란 소비처인 거대기업에서 ‘직원들까지 동원해 계란을 사재기 하려했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들에게 주는 허탈함이 큽니다. 생필품 가격 인상으로 밥상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를 올리는 것 조차도 부담스러운 주부들이 많은 상황에서, 먹거리 분야 국내 대표 기업이 보여준 행보로는 분명히 적절치 않습니다. SPC의 주력 브랜드인 파리바케트가 빵값을 6.6% 인상하겠다고 나선지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뉴스이니 더욱 언짢게 느낄 국민이 많을 것입니다. 


SPC의 주요 브랜드들


SPC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내 기업중 하나입니다. 미국과 유럽 잇따른 금융위기와 중국의 추격으로 대부분의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던 와중에도 SPC그룹은 성장을 지속했습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고 ‘더 좋은 삶’을 추구하는 흐름에 맞춰 빵, 아이스크림, 도넛, 커피, 레스토랑 등의 시장을 장악하면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난 여름 화제가 됐던 ‘쉑쉑버거’는 물론,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넛 같이 해외에서 검증된 프랜차이즈를 발빠르게 들여오는 전략도 한 몫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SPC 오너일가의 부도 몇년새 크게 늘어났습니다. 슈퍼리치팀이 집계하는 국내 100대부호 순위에는 허영인 회장의 두아들 허진수 SPC 부사장과 허희수 SPC 전무가 항상 순위에 들어 있습니다. 허 부사장은 3500억원대, 허 전무는 280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허 회장이 몇 해 전 지분을 상당부분 증여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자산에 허 회장의 자산을 더할 경우 3부자의 자산은 ’최소한‘ 7000~8000억원대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이란 꼬리표를 붙인 것은 SPC그룹에 속한 수많은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를 ‘최소한의 장부가치’로만 따졌기 때문입니다. 이들 회사들의 가치에 시장가를 ‘꼼꼼하게’ 적용할 경우 세사람의 자산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부동산 자산까지 더하면 보유자산의 가치는 더 올라가리라고 봅니다. 일례로 차남인 허 희수 전무의 경우 올해 국내 최고가 아파트의 하나인 ‘한남 더 힐’의 100평정도 되는 가구를 69억원을 주고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PC화면 캡처


▷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링크 가기)

엄청난 부 뿐만이 아닙니다. 몇해 전 허영인 회장을 모델로 한 드라마(’제빵왕 김탁구‘)가 대히트를 칠 정도의 회사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도 높은 편입니다. 많은 구직자들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SPC그룹 계열사들을 꼽을 정도로 회사와 브랜드의 이미지도 좋은 편입니다.

그런 먹거리 산업의 대표 기업이 겨우 5000원을 오가는 계란 수백판을 사재기 하려다 국민들로부터 인심을 크게 잃게 생겼습니다. 회사직원이 “해도 너무한다”고 SNS에 올린 글이 국민들 사이에 퍼져나갈 정도가 됐습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입니다.

SPC의 성장은 국민경제의 성장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수십년 전보다 더 많이 빵과 도넛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하면서 SPC의 사세도 더 커졌습니다. 시장에 덩치큰 경쟁자도 별로 없었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이 해외의 경쟁자들과 치열하게 싸워서 시장을 넓힌 경우도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분 한류열풍 덕분에 해외시장 진출도 비교적 수월하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야말로 국민들이 열심히 먹고, 아끼고, 즐겨준 덕분입니다. 그렇게 국민들의 ’선호‘를 바탕으로 이런일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 시작하는 것은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SPC의 아쉬운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공룡’ 월마트입니다. 월마트의 주인인 월튼가는 현재 전세계 최고 부자 가문입니다. 창업자의 자식들인 짐 월튼(349억 달러), 롭슨 월튼(348억 달러), 앨리스 월튼(347억 달러), 크리스티 월튼(55억 달러) 등은 물론, 3대인 루카스 월튼(110억달러) 등을 합하면 가문의 ‘공식 재산’만 1200억 달러, 우리돈 143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지구상 최고 부자라는 빌게이츠 자산에 두배에 달하는 숫자 입니다. 그 정도로 월마트는 미국인의 생활을 표현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회사 입니다. 
 

월튼가의 주요 상속자들. 왼쪽부터 짐, 앨리슨, 롭슨


하지만 월마트는 그간 미국인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오너일가는 ’양극화의 화신‘으로 비춰졌습니다. 최저가 경쟁에 목을 맨 탓에 직원들 임금을 깍고 납품업체의 가격을 후려쳐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월마트가 최근 들어 국민들로부터 전보다는 좋은 평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벌인 회사 차원의 캠페인 ‘Buy American’ 덕분 입니다. 캠페인의 핵심은 ‘미국에서 미국인 노동자들에의해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데 돈을 더 쓰겠다’는 겁니다. 월마트는 향후 2500억 달러, 우리돈 300조원을 들여 미국산 제품을 더 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해야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미국 국민들의 임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 이를 위해 수십년간 회사의 기본 기조이던 ‘항시 최저가(Everyday Low Price)’ 정책도 버렸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내친김에 직원들 임금도 인상했습니다. 


월마트 임원이 컨퍼런스에서 ‘Buy American’ 캠페인을 발표하고 있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월마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크게 개선 됐습니다. 지난 2분기에는 매출이 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월마트에 대해 “그래도 미국에서 탄생하고 미국에서 성장한 기업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감은 가지고 있다”고 평가 하는 분위기 입니다.

월마트의 ‘변심(?)’은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정서가 여느 때보다 좋지 않습니다. 우리 대기업들은 힘들었던 시기 경제성장과 통상강국 건설의 견인차 역할에 대한 공치사보다는 정경유착과 경제구조 왜곡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더 많이 받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인구 5000만에 가진 자원도 없는 통상국가 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대기업의 역할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보는 분들이 아직은 더 많아 보입니다. 


월마트 매장

그런 분들이 원하는 것은 대기업의 이름 그대로 좀 더 큰 기업 다운 면모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큰 회사 답게 지금보다 조금 더 양심적으로 경쟁하고, 용기있게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직원들 좀 더 잘챙기고 하면 우리 대기업을 외면할 국민들은 없습니다. 거기에 때로는 국민을 위해서 조금 손해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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