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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기술’에 미친 中사나이, 美‘환경 덕후(?)’와 손 잡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지구 온도를 1도만 낮춥시다”

한 중국 창업자와 미국 헐리우드 배우가 손을 맞잡았다. 언뜻 보기에 둘은 ‘접점’이 없어뵌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기가 몸 담은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 그리고 여기에 기초해 ‘환경 보호’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바로 세계 전기차 시장 ‘큰 손’이 된 왕촨푸(王傳福ㆍ51) 비야디(比亞迪ㆍBYD) 회장과, 지난해 오스카 상을 거머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ㆍ42)다.

왕촨푸 비야디 창업자(왼쪽)는 지난달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낙점했다. [출처=비야디]

지난 달 16일 왕 회장 측은 디카프리오를 비야디 브랜드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물론, 회사 입장서 단순히 보면 ‘전기차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서’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톺아보면 살짝 다르다. 두 사람이 손 잡기 전까지 걸어온 길은 묘하게 닮았다. 하나는 빈곤한 어린 시절을 딛고 화석연료에 찌든 대륙을 위한 ‘청정 기술’에 매진했다.

또 한 명은 작품 활동을 넘어 벤처 투자ㆍ예술품 수집ㆍ부동산 투자 등 안 하는 게 없을 정도다. 자선재단을 세워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한 지도 19년이나 됐다. ‘뜨거워진’ 지구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어서다.

▶ 가난한 학생, ‘기술에 미친 사나이’가 되다=왕촨푸 회장은 누구보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는 중국 안후이(安徽)성 한 농촌가정의 8남매 중 하나로 태어났다. 13세가 되던 해 지병을 앓던 아버지가 사망하자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누나 5명은 시집을 가며 뿔뿔이 흩어졌다. 하나 뿐인 여동생은 입양을 보내야 했다. 왕촨푸의 형도 학업을 관두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왕촨푸 비야디 창업자[출처=다청바오]

시련은 이어졌다. 왕 회장이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엔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졌다. 그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내야 했다. 그리고 혼자 책임져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돈이 없어 가고 싶었던 중등전문학교도 포기한 그는 일반고교로 입학해 학업에 매달렸다. 생계를 책임지던 형과 형수를 도와 돈까지 벌어야 했다.

왕촨푸는 고학(苦學) 끝에 1983년 후난(湖南)성 중난(中南)공업대학 야금물리화학과에 입학한다.‘흥미는 최고의 스승’이란 말을 새기며 전공 공부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 때 쌓은 지식은 그가 향후 ‘배터리 장인’ 또는 ‘기술에 미친 사나이(技術狂人)’로 불리는 바탕이 됐다.

대학 졸업 후 1987년 베이징비철금속연구원에 들어가 부교수직까지 오른 왕촨푸는 6년 뒤 연구원 산하 배터리 회사 사장을 맡는다. 그의 ‘굴기’도 본격화 했다. 1995년 250만위안을 빌려 지금의 비야디를 창업한다. 

비야디는 과거 중국 제국시절 국가이름을 차량 모델명으로 택하고 있다. 사진은 비야디의 ‘탕(唐ㆍ당 제국)’[출처=시나닷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제조분야 강자인 이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2003년 차 시장에 뛰어든 비야디는 2014년 1만5000여대를 팔았다. 2015년엔 6만2000대를 팔아치우며 실적을 4배로 늘렸다. 작년엔 9만 2000여대(11월 기준)를 판매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기지가 됐다.

이 뿐 아니다. 최근엔 한국 시장에 진출해 전기버스 공급계약을 맺었다. 올해 이후엔 남미 지역 도로에도 비야디 전기버스가 달릴 수 있을 전망이다.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판매를 계획한 왕촨푸는 2016년 기준 개인자산 6조 1350억 원(50억 달러)를 쥔 중국 48위 부호다.

▶ 환경보호 운동에 투신한 ‘2950억 부자’=왕촨푸가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 발전’에 헌신했다면, 디카프리오는 배우 활동으로 얻은 유명세 거의 전부를 환경 보호에 쏟아붓고 있는 인물이다.

개인자산 2950억 원(2억 4500만 달러)을 쥔 그는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환경 운동가다. 올해 42세인 디카프리오의 ‘환경 보호 운동 경력’은 19년이다. 영화배우로 살아온 기간(26년) 못잖게 길다.

1998년 자기 이름을 내건 환경보호 재단을 세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처=하이라이트 헐리우드]

그는 1998년 환경단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재단(LDF)’를 세워 기후 복원ㆍ생태계 보호 등에 주력했다. 지금껏 세계 46개국에서 128개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디카프리오는 환경 보호를 위한 벤처기업 투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2015년 9월 미국 애틀란타의 기술 기업 ‘루비콘 글로벌’(Rubicon global)은 그의 돈 698억 원(5800만 달러)을 유치했다. 

루비콘 글로벌 로고

이 회사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쓰레기 재활용 방법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기업의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 현재 캐나다와 푸에르토리코 등 북미 지역에서 약 2만5000곳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뿐 아니다. 디카프리오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개인투자자로서 총 4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의 미디어플랫폼 ‘모블리’(Mobli)를 제외하면 세 군데 모두 건강이나 환경과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이 밖에 예술품 수집가ㆍ부동산 투자가로 활동하는 것 역시 환경 보호 활동의 일환이다. 

뉴욕 배터리공원 리버하우스 내부. 친환경 건설 인증 LEED의 ‘골드’를 획득한 건물이다.

그는 2013년 경매업체 크리스티와 공동으로 환경운동을 위한 미술품 자선 경매를 열었다. 또 2008년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친환경주택 리버하우스를 367만 달러에 매입해,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왕 회장의 비야디는 “탄소배출 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디카프리오가 비야디와 손 잡으며 사람들은 이 ‘배우 겸 환경운동가’의 향후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둘은 과연 지구를 좀 더 ‘시원하게’ 만들 수 있을까.

factism@heraldc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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