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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읽어주는 기자] <1> 확신에 찬 트럼프…‘믿어볼까 말까?’ 물음표가 남는다
◇ 슈퍼리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더 이루고 싶은 것들이 남았을까. 
이들의 ‘생각’은 자서전에, 평전에 차곡히 담겨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세계의 부호들이 책을 냅니다. 자서전을 쓰거나, 전문작가를 기용해 평전을 냅니다. 소설이나 시집을 발표하는 부호들도 있습니다. 
그런 슈퍼리치를 대신 읽어 드립니다. ‘슈퍼리치 읽어주는 기자’ 연재를 시작합니다.

[SUPERICH=이세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라는 사람이 새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사실을 알고 하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는 생각보다 강한 후보였습니다. 미디어를 이용해 인기를 얻을 줄 알고, 동물적인 판단으로 원하는 결과를 내는 능력도 출중했죠. 인종ㆍ성별에 대한 편협한 시각, ‘아무렇게나 내뱉는 막말’ 이미지만 걷고 본다면(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나름 성공한 사업가이자 ‘괜찮은’ 전략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책을 들고 있는 트럼프 (게티이미지)

적어도, 자서전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그렇습니다.

트럼프처럼 책 쓰기 좋아하는 억만장자, 아니 대통령이 또 있을까요? 그가 지금까지 펴낸 책은 총 17권이나 됩니다. 저서에서 그는 어떻게 개인자산 37억달러(4조3000억원)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는지 펼쳐놓기도, “미국은 다시 위대해져야 한다”는 캠페인 슬로건을 제시하기도 했죠.

이중에서도 1987년 출간한 ‘거래의 기술: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The Art of the Deal)’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수완 뛰어난 사업가가 된 ‘현재’의 모습까지 자전적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거래의 기술

그에게는 첫 책이자, 베스트셀러였고, 그를 거침없는 사업가 이미지로 만들어준 책이기도 하죠. 출간되고 32주간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출연한 한 TV 쇼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거래의 기술’을 뽑기도 했습니다.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토니 슈워츠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책 내용은 트럼프에 대한 미화로 가득하다”라며 “그런 이미지를 만든 것이 후회된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책에 그려진 트럼프를 100 퍼센트 믿어선 안 되겠지만 그가 대중에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점쳐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거래의 기술’ 첫 장은 분주할대로 분주한 트럼프의 일주일을 보여줍니다. 하루에 50~100통이나 되는 전화를 주고받으며 수많은 결정과 지시를 내립니다. 거래 대금을 지불하거나, 주식을 사들일 것인지, 만찬 주최 요청에 승낙할지 말지, 새로 사들인 별장의 타일을 무슨 문양으로 정할지 등 온갖 것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죠.

미국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타워

그는 시간을 아끼려 점심 식사는 따로 약속을 잡지 않고 사무실에서 토마토 주스 따위로 해결한다고 합니다. 시간을 들여 통화를 해야 할 사람과 시간을 뺏는 ‘불청객’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쓸 데 없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혐오하기까지 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죠. 거침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시간을 좀 쓰는 편이었나 봅니다. 트럼프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이바나가 여섯살 된 딸 이반카의 사립학교를 보러 다니자며 바쁜 트럼프의 소매를 잡아끌었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죠. 하지만 아내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했습니다. 이바나가 ‘트럼프 캐슬’이라는 이름의 카지노를 경영하고 있을 때였죠. 트럼프는 “아내는 카지노의 스위트 룸이 부족하다며 증설하자고 얘기했지만, 4000만달러(470억원)가 든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다”며 “절대로 아내와 내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트럼프의 현재 가족들 (게티이미지)

가족에게도 냉정한 트럼프의 ‘명언’은 2004년 저서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으로 이어집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를 쓰라”는 것이었죠. 두 번 이혼하면서 혼전 계약서 덕분(?)에 손실을 크게 줄인 그의 수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럼프의 이같은 원칙주의가 정치인으로서의 ‘청렴’으로 이어질지도 궁금하네요.

트럼프가 부동산 재벌이 된 과정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가 이야기한 것은 자신이 막연한 ‘금수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였다고 회상합니다. 뉴욕시 주변지역인 퀸스와 브루클린에서 주택 건설ㆍ임대사업을 하던 아버지는 매우 검소하고 ‘아끼는 것’이 몸에 배인 사람이었다요. 

젊은 시절의 트럼프

트럼프는 더 큰 꿈을 꾸었던 것이죠. 아버지와 함께 밀린 임대료를 받기 위해 총으로 무장했을지도 모르는 세입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다. “더 규모가 크고 화려하고 흥미로운 사업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은 그를 호텔, 카지노 사업으로 이끌게 된 셈이죠. 맨해튼에서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 그는 어느새 ‘빌리어네어’가 됩니다.

“언론을 이용하라”는 이야기도 곳곳에 나와 있습니다. 언론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다면서, 비판적인 기사라도 사업적인 측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사라면 부고 기사를 뺀 모든 기사를 좋아한다”는 정치인의 기질을 그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당선 후 뒤늦게 인터넷에서의 ‘트럼프 언급량’을 ‘힐러리 클린턴’과 비교하며 당선을 ‘이해’하려 했던 이들에게, 30년 전 트럼프가 ‘한방’ 먹이는 느낌도 드는군요.

‘정치인 트럼프’로서 그의 모습은 2015년 펴낸 ‘불구가 된 미국: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불구가 된 미국’ 출간 기념 행사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게티이미지)

대선후보 출사표를 낸 후에 나온 책이라 언론, 이민, 외교정책, 교육, 의료보험, 총기 규제 등 정치 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집약돼 있습니다.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제목도 그의 선거 구호 그 자체이고요. 주제마다 한 챕터씩을 할해하며 생각을 밝히는데요, 그동안 자신이 불러일으킨 논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민’ 챕터는 17개의 챕터 중 세 번째에 들어갈 만큼 그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히 말한다. 나는 이민을 반대하지 않는다. … 나는 이민을 사랑한다. …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민이다. 불법이민을 방치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오기 위해 몇 년 동안 기다리는 사람들을 비록해 다른 모든 사람에게 불공정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밝히죠. 자신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기를 바라는 외교관이 아니라면서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게티이미지)

책으로 본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수완, 사회경제적 통찰에 있어서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단호하고 결연하며 선동하는 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열렬한 반대 목소리까지도 자신에게 돌리는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이제 그의 4년 임기는 시작되었습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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