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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EV]‘테슬라 대항마’ 패러데이 퓨처의 정체는?
◇ EV is coming친환경 자동차(Eco-friendly Vehicle)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슈퍼리치 EV는 미래 세상을 더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 친환경차 투자ㆍ개발에 나선 부호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SUPERICH=민상식 기자] 전기자동차의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전자기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입니다. 패러데이는 전기의 원리를 발견한 ‘전자기학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1831년 전자기 유도 법칙(Faraday’s law of induction)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며 전기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으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내용으로, 그의 발견으로부터 전기 모터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3일 2017 CES에서 패러데이 퓨처의 양산형 전기차 FF91을 공개하는 자웨팅(44ㆍ왼쪽) 러에코 창업자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모터는 전기차 시대로 이어집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EV)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진 2015년 7월 한 전기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이 업체는 “전기차 시장에서 3년 안에 테슬라를 잡겠다”며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집니다.

설립 1년차에 불과한 이 벤처기업의 이름은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입니다. 

영국의 전자기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

이전 기사(▶테슬라와 니콜라…전기혁명 이끄는 부호들)에서 언급했듯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의 이름에서 회사명을 따온 것처럼, 패러데이 퓨처는 전자기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에서 사명을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전기차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회사였지만, 테슬라에 도전장을 던진 당시만 해도 패러데이는 전기차 업계에서 무명에 가까웠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패러데이가 단숨에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오른 시기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혁신적인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부터였습니다.

패러데이 퓨처는 당시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 모델인 ‘FF ZERO 1(FF제로1)’을 내놓아, 전 세계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습니다. 

2016 CES에서 공개된 패러데이 퓨처의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 FF제로1

일인용 전기차인 FF제로1은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외관에 뛰어난 성능까지 지녀, 전기차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전기모터 4개를 지닌 이 차의 제로백(시속 100㎞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최고속도는 시속 320㎞ 이상이었습니다.

이후 패러데이에 대한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당시 패러데이는 회사의 정체가 비밀에 싸여있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를 봐도 최고경영자(CEO) 소개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기업 애플이 비밀리에 진행 중인 전기차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루머 등 온갖 소문을 양산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정체는 밝혀지게 됩니다. 서류상 패러데이의 CEO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러에코(LeEco) 계열사를 운영하는 여성 임원 덩차오잉으로 밝혀지면서, 패러데이 퓨처 뒤에 러에코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자웨팅(44) 러에코 창업자

중국 자본으로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의 실질적 소유주는 바로 러에코의 창업자 ‘자웨팅’(賈躍亭ㆍ44) 회장이었습니다.

자웨팅은 ‘중국의 엘론 머스크(테슬라 CEO)’로 불리는 중국의 신흥 억만장자입니다. 1973년 중국 산시성 린펀시의 작은 마을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웨팅은 지방 세무서에서 IT 기술자로 일하며 창업자금을 모은 후 2004년 컴퓨터 교육 업체 러티비(LeTV)를 설립했습니다. 러티비는 인터넷 동영상 제공업체 러에코의 전신입니다.

이후 러에코는 영화ㆍ음악 콘텐츠 자체 제작에 이어 2015년 스마트폰, 지난해 스마트TV에 진출하면서 ‘러에코 생태계’를 구축하며 고속성장했습니다.

자웨팅도 러에코 설립 10년만에 억만장자로 등극합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산 그의 자산은 39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이처럼 야심차게 인터넷 생태기업 구축에 집중하던 자웨팅 회장이 2014년 개인 자산을 투자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설립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바로 패러데이 퓨처였습니다.

자웨팅 회장은 패러데이 퓨처에 개인 자산 수십억 달러를 퍼붓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미래 인터넷ㆍ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패러데이와는 연구ㆍ개발, 공급망 등 다방면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해 중국에서 따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18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동부 저장(浙江)성의 유명 관광지인 모간(莫干)산 부근에 연산 4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러에코가 자사 전기차 콘셉트 모델인 ‘러시(LeSee)’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최고 시속 209㎞로 달릴 수 있는 러시는 자율주행도 가능한 전기차입니다.

패러데이 퓨처의 미국 네바다 주 전기차 생산공장 조감도 [출처=The Verge]

패러데이 퓨처는 최근에는 테슬라와 BMW 등 주요 자동차기업의 엔지니어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습니다. BMW에서 i3와 i8 콘셉트를 디자인한 미국 태생 한국계 디자이너 리처드 김도 패러데이에서 디자인 부문 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패러데이는 특히 올해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근처에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약 28만㎡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4500명의 임직원이 여기서 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LG화학을 선정해 공식 발표했습니다. LG화학의 배터리는 패러데이가 전 세계적으로 적용할 전기차 전용 배터리 플랫폼인 ‘VPA’(Variable Platform Architecture)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패러데이의 VPA는 필요에 따라 배터리를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게 큰 장점입니다.

패러데이 퓨처의 양산형 전기차 FF91의 내부디자인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달 초 열린 2017 CES에서는 무인 자율주행 양산형 전기차 ‘FF91’를 공개해 선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FF91의 사전 계약금액은 5000달러로, 일반 소비자에게 차가 전달되는 시점은 2018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FF91은 한 번의 충전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약 608㎞를 주행하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합니다. 패러데이 측에 따르면 FF91의 제로백은 2.59초로, 테슬라 모델S(2.60초), 테슬라 모델X(3.09초), 페라리 488 GTB(3.30초), 벤틀리 벤테이가(3.48초)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근 패러데이 퓨처의 전기차 양산 능력에 대한 자금 부족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의문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패러데이는 재정난 문제로 위기설에 휘말린 상황입니다. 지난해부터 총 6000만달러 규모의 계약금 및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급업체 3곳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2017 CES의 패러데이 퓨처 론칭 영상을 제작한 특수효과 회사 더 밀 그룹(The Mill Group)이 제작비 지급연체를 이유로 최근 LA고등법원에 패러데이 퓨처를 고소했습니다. 패러데이 퓨처는 고소당한 후 공급 업체가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맞고소에 들어갔습니다.

패러데이 퓨처는 2017 CES 이후 FF91의 선주문을 받아 사전계약 6만건이 넘는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현재의 재정난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패러데이 퓨처가 테슬라의 진정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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