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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공신의 후예, ‘대한 독립’에 수 조 원 바치다
[SUPERICH=윤현종 기자] 조선조. 고종 당시 이조판서였던 이유승 집안은 세칭 삼한갑족(三韓甲族)으로 불린 명문가인데요.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항복이 9대조입니다. 5대조 이태좌와 4대조 이종성은 영조 당시 각각 좌의정ㆍ영의정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19세기. 격동의 시절 태어난 이유승의 아들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가족 모두를 이끌고 조선을 떴습니다. 이 때 처분한 전 재산은 독립 운동에 쓰였습니다. 이 돈은 지금 가치로 따지면 수 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였습니다. 조상 대대로 모은 부(富)의 의미를 단순한 돈 이상으로 높인 그들은 바로 이회영ㆍ이석영 등 ‘공신 후예’ 6형제였습니다.

이회영 일가. 가운데 앉은 어른이 이회영 [출처=‘이회영과 젊은 그들(이덕일 저)’]

이유승의 4남 이회영(1867∼1932)은 집안 전체를 만주로 옮긴 중심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는 1910년 8월 만주를 답사한 뒤 가족에게 이주를 설득합니다. 6형제 모두 찬성해 조선에 있던 집안 재산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이 때 그의 형 이석영(1855∼1934)의 공이 컸습니다. 광주과기대 총장 등을 역임한 허성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등에 따르면 이석영은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 양자로 들어가 집안의 만석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이회영 일가가 처분한 재산 대부분은 이석영의 몫이었습니다. 당시 화폐로 40만원(圓)이 모였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기준 최저 28억6900만원, 최고 91억6400만원에 달하는 가치로 추정됩니다. 국정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1907년 대한제국 정부 예산적자액 절반 이상을 메울 수 있는 큰 돈이었습니다.

이석영(왼쪽)과 이회영

그러나 이석영 등이 소유한 재산의 실제 가치는 ‘4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석영 가문 발표에 따르면 당시 처분한 토지만 726필지, 882만 2644㎡(구 267만평)이었습니다. 땅 대부분은 지금의 경기 남양주ㆍ양평ㆍ파주, 그리고 서울 등지였습니다. 2015년 평균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최소 1조1000억여 원으로 평가됩니다. 

아울러 비밀유지 때문에 망명 때 처분하지 못하고 조선총독부로 넘어간 서울 명동 땅 2만6446㎡(구 8000평)도 공시 가격 기준 1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가문에선 토지 시가 등을 감안한 이석영 재산의 가치 총액을 6조∼7조 원으로 추정합니다.

신흥무관학교 학생들 훈련모습 [출처=‘이회영과 젊은 그들(이덕일 저)’]

이석영 형제는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모두 만주로 가져갔습니다. 1910년 12월이었습니다. 재산 전액은 독립 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죠. 이석영은 1911년 신흥무관학교 설립 자금을 댔습니다. 여기서만 독립군 장교 최대 3500여 명이 나왔습니다. 이곳 출신들은 1920년 청산리 대첩 주역으로 활약합니다.

이 뿐 아닙니다. 그는 신흥무관학교 설립 즈음 창립한 조선인 자치기관 경학사(耕學社)창립 때도 재정을 맡았습니다. 경학사는 훗날 서로군정서 등으로 진화합니다.

동생 이회영도 중국 항일독립기지 곳곳을 누비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습니다. 그는 1919년 결성된 행동조직 ‘의열단’을 후원했습니다. 베이징에서 결성된 행동조직 ‘다물단’ 지도에도 앞장섰습니다. 

이회영이 살던 중국 톈진 주택가 골목 [출처=이회영과 젊은그들(이덕일 저)’]

이렇게 항일 활동에 투신한 지 수십 년이 지난 1920년대 무렵. 이석영 등은 이미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이회영의 아들 이규창은 “일주일에 세 번 밥을 지어먹으면 재수가 대통한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합니다.

생활고와 일본 경찰 추적 등에 시달리던 이들 형제는 다섯째 이시영(1869∼1953) 대한민국 임시정부 재무부장을 빼고 모두 해방 전 사망했습니다.

스스로 중요하다 여긴 가치 실현을 위해 써 달라며 가진 것 전부를 내놓은 그들.

2017년 3월 1일은 98주년 3ㆍ1절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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