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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트럼프 vs NYT 공방전, 멕시코 갑부와의 ‘대리전’?
[SUPERICH=윤현종ㆍ이세진 기자]

“걱정스럽고 불쾌하다”

이민ㆍ무역 등 현안을 두고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임한 멕시코 측이 내놓은 반응이다. 지난 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은 “트럼프 행정부와 멕시코의 협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를로스 슬림 NYT 최대주주 [출처=게티이미지]

그리고, 멕시코 당국자들 못잖게 미국 ‘억만장자 대통령’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이 나라 최대 부호 카를로스 슬림(77)이다. 아메리카 모빌 명예회장으로 있는 통신 재벌이다. 예전부터 둘 사이는 좋지 않았다. 해묵은 마찰은 요즘들어 다소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바로 미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의 공방전이다. 슬림이 최대주주로 있는 언론사다.

발단은 막말이다. 개인자산 62조 9100억 원(557억 달러ㆍ포브스 기준)을 쥔 슬림이 트럼프와 거리를 둔 계기다. 트럼프는 과거 대선 출마 선언 직후부터 멕시코계 이민자를 ‘강간범’이라 비하하는 등 입을 열 때마다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슬림도 잠자코 있지만은 않았다. ‘멕시코=강간의 나라’ 발언으로 대선 레이스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트럼프에게 “사업적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다. 비슷한 시기 슬림은 민주당 클린턴 후보의 가족 재단인 클린턴재단에 최대 50만달러(5억6000만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화 일로로 치닫던 둘의 관계는 잠시나마 소강 상태로 접어든 적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다.

미 대선 1개월 가량이 지난 12월 1일. 슬림은 미 경제 매체 블룸버그와 만나 “트럼프 당선이 멕시코에게 득이 될 것이다” 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의 미국을 거역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던 시기였다.

현지 언론도 슬림의 태도 변화를 주목했다. 멕시코 뉴스 데일리는 12월 3일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성공한다면, 멕시코에게는 ‘판타스틱(fantastic)’할 것”이라며 카를로스 슬림의 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는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출신 인력들을 매우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공약한) 사회 기반시설 건설 작업에 가장 숙련된 사람들이 이들이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트럼프는 올 들어 다시금 슬림의 나라 멕시코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출처=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지난 1월 26일 트럼프는 본인 트위터 계정에 “멕시코가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대려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낫다”라고 남겼다. 자기 뜻대로 따라오지 않는 이웃 나라에 직격탄을 날린 것.

이를 접한 슬림은 트럼프와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 ‘공격’을 즉각 맞받아쳤다. 77번 째 생일이기도 했던 바로 다음 날. 그는 CNNㆍ르 피가로 등 전 세계 언론을 불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월 2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카를로스 슬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은 그였기에 매우 이례적인 행사였다는 평가다. [출처=워칫뉴스 화면 캡처]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슬림은 “트럼프는 터미네이터(종결자)가 아니라 협상가”라며 아직까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협상 수단이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CNN은 “슬림이 (트럼프에게) 협상과 관련한 작은 충고를 건넸다”고 평했다.

다시 한 달 가량이 흘렀지만, 둘 사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번엔 트럼프의 화살이 언론으로 향했다. 미국 주류 매체를 ‘싸잡아’ 비난해 온 그는 특히 뉴욕타임스(NYT)를 콕 집어 공격했다. 바로 슬림이 2008년부터 지분을 매입해 온 언론사다. 2015년 이후 그는 이 회사 지분 16.8%을 소유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NYT 신문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트럼프는 지난 달 27일 보수 성향 언론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NYT를 읽어보면 의도가 악하고 나쁘다”며 “상당 부분 틀린 내용이고, 작정했다” 고 비난했다. “NYT는 대선 결과를 잘못 예측한 데 대해 독자들한테 사과 편지라도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날, NYT도 질세라 거세게 반격했다. 이 매체는 전문가 집단 15명을 동원해 트럼프 취임 후 있던 주요 사건 20건을 분석한 결과, 15건이 비정상적이었다고 꼬집었다.

물론, 슬림이 최대주주라고 해서 NYT를 완전히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소유 구조로 보면 이 신문 발행인 겸 회장을 맡은 오츠-슐츠버거(Ochs-Sulzberger) 2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와 슬림의 관계가 편하지 않단 사실이다. 둘은 지난해 말 이후 대면이 없었다. 트럼프-NYT 간 ‘전쟁’도 진행 중이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서로에게 화를 내고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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