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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롯데 신동빈의 힘겨운 ‘정체성 지키기’
2017.03.03 10:05
[SUPERICH=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필요한 땅을 정부에 제공한 롯데 신동빈(62) 회장 이야기다. 최근 수 년 간 한국 기업임을 강조했고, “한국 기업”으로서 나랏일에 협조한 결과다. 중국은 언론과 당국이 합세해 롯데를 압박하고 나섰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사실을 놓고 보면 그렇다.

이번 일로 신 회장과 롯데의 ‘득실’을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롯데 주장에 따라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기업 총수임을 수 차례 밝히며 ‘정체성’을 재확인해 온 그가 예기치 못한 대외 변수로 어려움에 처한 것 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시네마에서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회의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호원과 취재진에 둘러쌓여 입장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신 회장은 1955년 2월 14일 일본 도쿄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오야마(靑山) 학원재단 고등부와 아오야먀가쿠인(學院)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 회장이 과거 일본 국적을 갖고 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지난 1989년 한 언론이 정부 당국자의 국회 발언을 전한 사실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해 11월 2일 당시 이규성 재무부장관은 국회 재무위 질의에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계열 한국후지필름주식 3만3000주를 재무부 승인 없이 일본국적 아들 신동주ㆍ신동빈 씨 등에게 불법양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의법조치하겠다”고 말했다.


1996년 관보에 기재된 신동빈 회장 국적 상실 관련 기록 (하단 참조)


실제 신 회장은 태어난 직후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관보에 따르면 “1995년 2월 14일 생 신동빈”의 국적 상실일은 1955년 10월 29일이었다. ‘호주 성명’ 란엔 신격호 당시 롯데그룹 회장의 이름이 선명하다.

상실 사유는 “(한국)국적 취득 후 6월(6개월) 내 외국 국적 미상실”로 적혀있다. 출생 후 한동안 한국과 일본 국적을 모두 갖고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사실은 41년이 지난 1996년 6월 7일 자 제 13330호 관보에 법무부 장관이 고시한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이후 그는 같은 해 8월 6일 한국 국적 회복 허가를 받았다. 이 또한 관보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한국 국적으로 출생해 현재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형인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한창 논란이 됐던 재작년 9월 초였다.

이 즈음부터 그는 ‘롯데=한국기업’ 이미지를 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2015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 국적이 맞고, 이 국적을 계속 갖고 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초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


회사 차원의 노력도 이어졌다. 롯데는 비슷한 시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물 외벽에 초대형 태극기 등을 내걸었다. 정부와 서울시 요청에 따른 결정이었다. 뒤이어 ‘통일로 내일로 LOTTE’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어 ‘애국 이미지’를 이어갔다.

당시 경찰은 신고 없이 옥외광고물을 설치했단 이유로 회사 담당자들을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지난 1월 검찰에선 이를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검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차원에서 현수막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지난해 8월에도 롯데월드타워에 대형 태극기와 금빛 조명을 부착한 바 있다. 이 때 재계에선 2년 연속 이어진 이런 ‘노력’이 단순한 이벤트 성 홍보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뿐 아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약속한 부분을 스스로 지키는 모습도 보였다. 그동안 번 돈을 한국 사회에 다시 내놓겠다는 내용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위원회를 만들었고, 위원장은 신 회장 본인이 직접 맡았다. 같은 해 10월께엔 그룹 내 사회적책임(CSR) 전담 인력이 기존의 3배 이상 늘어났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쌓은 이미지는 중국이 롯데를 ‘책 잡는’ 구실로 악용됐다. ‘사드 부지’ 제공이 결정타였다. 지난 수 개월 간 롯데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요청인 만큼, 한국 기업으로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롯데 이사회는 사드 배치지역인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당국에 공여하기로 확정했다.


중국 언론들은 사드 부지 배치 확정 며칠 전부터 ‘롯데 때리기’를 본격화 했다. 신화망의 2월 22일 자 관련기사 ‘한국 롯데, 중국인을 너무 얕보지 마라!(韓國樂天, 別太小看中國人!)’ 화면 캡처


현재 중국 매체들은 너나 할것 없이 ‘롯데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현지 관영매체 신화망(新華網)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 5일 전인 2월 22일 ‘한국 롯데, 중국인을 너무 얕보지 마라!(韓國樂天, 別太小看中國人!)’란 기사에서 “일국의 안전이 다른 나라의 안보를 해치는 기초 위에 세워져선 안된다”며 롯데의 행보를 경고했다.

비판적 보도의 수위는 최근 며칠 새 더 높아졌다. 지난달 28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아예 기사 제목을 ‘롯데가 이렇게 애국하는데, 우리도 그들을 제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樂天這麽愛國, 我們也沒理由不抵制它!)’라고 달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신 회장의 고민도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우려는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주가 때문이다. 슈퍼리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1조 4400억원을 넘봤던 그의 6개 롯데그룹 상장사 주식자산은 28일 현재 1조 3890억 원대를 찍었다. 나흘 간 500억 원 이상이 증발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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