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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최대 자산은 직원” 中 3대 부자 등극한 ‘택배王’

[SUPERICH=민상식ㆍ이세진 기자] 지난해 4월 중순 중국 베이징(北京)시 둥청(東城)구의 고급아파트 단지에서 한 택배기사가 한 운전자에게 억울하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촬영한 동영상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와 논란이 되자, 해당 택배회사 회장이 직접 나서 “폭행을 가한 이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고 우리 직원을 위해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후 폭행을 가한 운전자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피해를 입은 택배기사에게 사과했다. 

순펑택배의 창업주 왕웨이(46) 회장 [출처=China Daily]

직원 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선 회장은 바로 중국 최대 택배업체 순펑(順豊, 영문명 SF Express)의 창업주 왕웨이(王衛ㆍ46) 회장이다.

왕 회장은 평소 “기업의 최대 자산은 직원”이라는 경영철학을 고수해 왔다. 그 역시 순펑을 창업한 초기 직접 택배기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 직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억만장자가 된 요즘에도 직원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종종 직원과 함께 택배 일을 하기도 하며, 순펑의 연말 시상식에서는 우수 배달사원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특히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힘쓴다. 중국의 다른 택배 회사와 달리 순펑의 택배기사는 의료ㆍ실업 등 5대 보험에 가입돼 있고, 업무 성과에 따라 상한선 없는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순펑택배의 배달원

이처럼 직원복지에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 왕웨이 회장이 최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이 창업한 순펑택배가 상장하면서, 중국 3대 부자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달 2일 현재 왕웨이 회장은 267억달러(약 30조5000억원)의 자산으로 중국 3위, 전 세계 27위 억만장자에 올랐다. 자산 246억달러의 부호 마화텅(馬化腾) 텐센트 창업자도 약 20억달러의 차이로 제쳤다.

그가 최근 자산을 급속히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순펑택배의 모기업인 SF홀딩스가 지난달 24일 중국 선전증시에 상장한 덕분이다. SF익스프레스(순펑)는 지난해 선전에 상장된 딩타이신차이(鼎泰新材)를 인수해 우회 상장을 하면서 회사명을 SF홀딩스로 변경했다. 기존 상장사인 딩타이신차이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방식을 택한 것은 일반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은 승인 절차 등을 거쳐 2~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중국 선전증시 상장 당시 왕웨이 회장 [출처=China Daily]

SF홀딩스는 첫 거래를 한 지난달 24일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이 2310억위안(약 38조원)에 달하며, 단숨에 선전거래소 시총 1위 기업에 올랐다.

이와 함께 SF홀딩스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왕웨이 회장의 자산도 치솟았다. 왕 회장의 자산은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164억위안(약 3조원) 늘었다.
SF홀딩스의 1대주주는 지분 64.58%를 보유한 선전밍더홀딩스(深圳明德控股)이다. 선전밍더홀딩스는 왕웨이 회장이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다.

왕웨이 회장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수성가형 부호이다. 1971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7세때 부모를 따라 홍콩으로 건너간 그는 생활고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홍콩의 한 염색공장에서 일하면서 염색샘플을 옮기는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순펑의 항공운송기 [출처=Cargo Facts]

1990년대 초에는 홍콩과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를 오가며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일을 했다. 당시에는 우체국만이 소포를 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업은 이른바 '지하 배달'이었다.
이후 택배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전문택배업체 창업에 나섰다. 

왕웨이는 22세때인 1993년 광둥성 순더(順德)에서 정식으로 순펑택배를 창업해 직접 오토바이를 몰았다. 순펑은 경쟁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빠른 배송을 내세우며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다. 창업 초기에는 광둥성 내 택배 업무만 다루다가 2005년 은행대출을 받으면서 중국 다른 지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에는 많은 주문량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항공운송까지 도입하며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순펑은 현재 중국 내 4만5000여개 지점에 30만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으며, 중국 배송시장의 점유율은 30%가 넘는다.

왕웨이 회장은 특히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2011년 인민일보와 인터뷰한 것이 20년간 유일한 공식 인터뷰였을 정도이다. 이에 한 잡지는 순펑택배를 취재하려고 기자를 위장 취업시키기도 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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