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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도루코와 손잡은 美면도 벤처의 마케팅 천재
[SUPERICH=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지난해 7월 글로벌 소비재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한 스타트업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작은 사무실에서 창업한 지 5년만에 우리 돈 1조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된 벤처기업은 미국의 면도기 정기배송 회사인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이하 DSC)이다. 당시 DSC는 수익을 내지 못하던 상태였지만, 유니레버는 DSC의 서비스 이용 회원 수가 300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마케팅 천재로 불리는 마이클 더빈(Michael Dubin) 달러쉐이브클럽 창업자 [출처=달러쉐이브클럽 영상 갈무리]

DSC는 회비를 내면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방식의 스타트업이다. 회원으로 가입해 매달 요금을 지불하면 면도날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첫 배송 때 면도기 핸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면도날만 배송한다. 2중날 면도기는 1달러에 면도날 5개, 4중날 면도기는 6달러에 면도날 4개, 6중날 면도기는 9달러에 면도날 4개를 제공한다.

DSC는 우연히 파티에서 만나 면도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아이디어를 얻은 회사원 마크 리바인(Mark Levine)과 마이클 더빈(Michael Dubin)이 2011년 7월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창업자 마이클 더빈은 매번 면도날을 사러가는 게 귀찮고 면도날이 너무 비싸다는 점에 착안해, 양질의 면도날을 온라인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판매 전략을 내세웠다.

이들은 중간 단계를 없애기 위해 미국에 자체 제조공장을 만들지 않고, 제품 생산을 한국의 면도기 생산업체 도루코에 맡겼다. 배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면도날 정기 배달 역시 외주 업체를 이용했다.




특히 마케팅은 자체 제작한 영상을 활용했는데, 이런 전략이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2012년 3월 ‘우리 면도날은 끝내준다’(Our Blades Are F***ing Great)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1분30초 분량의 해당 영상에는 창업자인 마이클 더빈이 직접 출연해, 파격적인 가격과 정기배송을 내세운 자사의 서비스를 재치있게 설명한다.

단순한 컨셉의 동영상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된 지 이틀 만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DSC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달 11일 현재 이 영상의 조회수는 2400만회가 넘고, 이후 제작된 동영상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영상 마케팅이 크게 성공하면서, 마이클 더빈에게는 ‘마케팅 천재’라는 별칭이 붙었다.

달러쉐이브클럽의 면도기ㆍ면도날 배송 박스 [출처=달러쉐이브클럽]

이같은 판매 전략을 통해 매달 10%씩 성장한 DSC는 2015년 창업 4년만에 미국 면도기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했다. 지난해 유니레버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DSC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창업자인 더빈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한편, DSC가 유니레버에 인수합병되면서 도루코는 DSC의 우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ㆍ Warrant)를 매각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472억원)보다 약 120억원 많은 5342만달러(약 589억원)의 자산처분이익을 올렸다.

도루코는 2012년 9월 DSC와 면도기ㆍ면도날 장기수출공급계약권(2012년~2019년)을 맺었고, 이와 함께 DSC 우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계약을 체결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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