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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사회적 약자 위한 5번의 창업’ 호주의 28세 女기업가
[SUPERICH=민상식 기자] “주변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일일이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지난 2015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교육기관 싱귤래러티 대학교(Singularity University)에서 팀 프로그램를 수행하던 학생 세 명은 시각장애인 88명에게 “일상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시각장애인 대부분은 주변 사물을 파악하는 게 힘들다고 답했고, 이에 학생 셋은 시각장애인이 인터넷 연결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천 가지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앱 개발에 나섰다.

이렇게 탄생한 게 ‘아이폴리 비전’(Aipoly Vision) 앱이다. 아이폴리 비전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주변 물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매리타 쳉(28)이 창업한 스타트업 오봇이 제작한 로봇 제바(Jeva) [출처=Engineers Australia]

포크, 전자레인지 등 사물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등 생명체까지 약 1000가지의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색상과 종이에 인쇄된 브랜드도 구별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물건을 구매할 때에도 유용하다. 또 각 지역의 랜드마크도 인식하는 등 장소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시각장애인이 홀로 여행을 가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이폴리를 만든 세 명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은 호주 출신 여성 창업가 ‘매리타 쳉’(Marita Chengㆍ28)이다.

호주 최고의 명문대인 멜버른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 메카트로닉스공학을 전공한 매리타는 대학 생활 내내 창업에 매달렸다. 돈을 벌기 위한 창업이 아닌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다섯 번이나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첫 창업은 그가 막 대학에 입학한 2007년 12월 세운 ‘넛지’(Nudge)였다. 넛지는 주기적으로 처방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을 위한 약 복용 일정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넛지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멜버른에 위치한 약국 5곳에 판매되기도 했지만, 이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2010년 사업을 접었다.

2008년에는 로봇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의 그룹인 ‘뮤’(Mew)를 세우고, 같은해 로봇과 관련한 단체로 설립했다. 전 세계 소녀들에게 로봇공학을 가르치는 비정부기구(NGO)인 ‘로보갤스’(Robogals)이다.

로보갤스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최근까지 11개국 6만명의 여아로 확대됐고,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매리타는 ‘2012년 올해의 젊은 호주인’(Young Australian of the Year)에 선정되기도 했다.



매리타의 이런 사회 공헌 활동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그의 유년시절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호주 퀸즐랜드 주 북부에 위치한 케언즈에서 태어난 그는 호텔 청소원으로 일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2006년 고교 졸업 당시 호주 전국 상위 0.2%에 들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대학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로봇 팔을 설계하면서 뇌파를 이용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로봇을 개발하는 ‘오봇’(Aubot, 이전 사명 2Mar Robotics)을 세웠다.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말하고 움직이는 텔레프레즌스 로봇은 장애인들의 사회적 활동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매리타가 2015년 8월 공동 창업한 아이폴리는 이미지 인식에 사용한 나선구조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기술 등으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혁신상의 액세서블 기술 부문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매리타는 현재 아이폴리를 떠나 멜버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오봇에서 텔레프레즌스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오봇은 최근 두뇌 제어 인터페이스 마인드웨이브(Mind Wave)를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로봇 ‘텔레포트’(Teleport)를 선보였다.

대당 3800달러짜리 텔레포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몸이 불편한 어린이들이 학교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단체에 제공되고 있다. 매리타는 호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텔레포트가 몸이 불편해 집이나 병원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면서 “공학 기술을 활용해 수백만명을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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