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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北 ‘이동통신 협력’ 이집트 통신재벌의 이타심 혹은 돈 욕심(?)
[SUPERICH=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지난 24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간 이집트 억만장자가 있습니다. 나기브 사위리스(62)입니다. 북한 이동통신 회사 고려링크(Koryolink) 설립에 힘을 보탠 인물입니다.

개인 자산 4조 2000억 원(38억 달러)을 소유한 그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습니다. 한 쪽에서 보면 지구촌이 당면한 최대 문제 가운데 하나를 해결하려 나선 일종의 ‘보호자’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정정 불안 국가에 거액을 투자해 고(高)위험-고수익을 챙기는 장사꾼 이미지도 갖고 있습니다.

이집트 억만장자 나기브 사위리스

사위리스는 사실 이타심의 화신(化身)으로 불릴 뻔 했습니다. 2년 전 9월 그가 밝힌 계획 때문입니다. 당시 사위리스는 시리아 난민 10만∼20만 명을 수용할 지중해 섬을 사들이겠다고 나섰죠. 이른바 ‘아일란 섬’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습니다. 아일란이란 이름은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려다 터키 해변에 시신으로 떠밀려와 전 세계를 비탄에 빠뜨린 세살배기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에서 따 온 것입니다.

사위리스 측은 2015년 말께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에 자신이 구매할 수 있는 섬 25곳 목록을 건네며 섬 매입과 함께 시리아 난민 수용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3월 영국 적십자사 앞에 놓여있던 그림. 시신으로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를 그렸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가 사위리스의 섬 매입 제안을 거절해서인데요. 일각에선 양국 정부가 뒷일을 걱정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아일란 섬 건설 이후 시리아를 비롯,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난민들의 유입이 더욱 가속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처럼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에 화가 난 사위리스는 본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양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7일 “시리아 난민들이 그리스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사이 그리스 정부는 나의 섬 매입 제안에 어떤 답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호주의 한 아이가 “난민을 들어오게 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이후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사위리스는 아직 아일란 섬 건설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도 아랍 지역 현지 언론에선 사위리스와 ‘난민 섬’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향후에도 자신과 아일란 섬 건설 청사진을 함께 논의할 나라가 있다면 해당 정부에 1억 달러(1130억 원)의 자금 및 각종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위리스의 이타심이 세간의 ‘칭찬’만 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내정이 불안한 국가에 진출해 큰 돈을 벌던 그가 해당 국가의 미래 사업 진출을 위해 난민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시선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사위리스는 정정불안 국가를 공략해 통신사업을 키웠습니다.

이집트 최대 이동통신사 오라스콤을 창업한 온시 사위리스(Onsi Sawiris)의 장남인 그는 오라스콤그룹 통신 분야를 상속받은 뒤 1997년부터 이라크 등 내정이 불안한 아프리카ㆍ아랍 20여개국에 진출해 이동통신망 사업을 펼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부채를 끌어들여 신속하게 이동통신망을 건설해 사업을 전개하고, 이후엔 후발 업체에 팔아넘기는 방식이었습니다.

2004년, 한 이라크인이 현지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휴대폰을 들고 있다. 이라크의 이통사 이라크나(Iraqna)는 이집트 오라스콤이 진출해 이라크에 설립된 이동통신사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라크에 있습니다. 사위리스의 회사는 지난 2003년 이라크의 첫 이동통신 사업권을 헐값인 500만 달러(56억 원)에 수주, 사업을 전개합니다. 이후 2007년엔 이라크 사업을 12억 달러(1조 3500억 원)에 쿠웨이트 업체에 넘겨 큰 차익을 남겼습니다.

고려링크 심카드(사진 왼쪽 붉은색 카드)가 장착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산 스마트폰 ‘아리랑’ [출처=유튜브 캡처]

2008년부턴 북한도 사업 리스트에 등장합니다. 지분 75%를 출자해 이동통신사 고려링크(Koryolink)를 설립한 것이죠. 오라스콤은 7년간 수익 6억5300만 달러(7380억 원)를 올렸습니다.

한때 정당을 설립하며 이집트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기도 한 사위리스는 과거 인종차별ㆍ이슬람 혐오주의 발언으로 비난받은 적도 있어, 이같은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그는 이슬람권인 이집트에서 소수 기독교도 집단인 콥트정교회 신도입니다. 과거엔 이슬람혐오주의자로 통했습니다. 

사위리스 회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던 사진

심지어 소셜미디어 계정엔 수염 기른 미키마우스와 검은 베일을 쓴 미니마우스 등 무슬림을 비하하는 사진을 게재한 일로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사위리스는 이집트 카이로에 위치한 독일계 프로테스탄트 스쿨을 졸업하고, 스위스 취리히의 스위스연방공과대학에서 경영학ㆍ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해 아랍어ㆍ영어ㆍ독일어ㆍ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2위 부호(포브스 기준)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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