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드 실리(Wade Shealy)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에 있는 소개글이다. 말 그대로다. 이 계정 사용자가 본인이 경영하는 서비스를 홍보한 것. 어설프고 흔한 여행 사이트 소개로 보인다.
웨이드 실리(사진)와 그의 트위터 계정 소개 |
하지만, 아니다. ‘자격’을 갖춰야 가입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리 돈 5억 원 넘는 세컨드 하우스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비싼 집이라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위치가 중요하다. 소유자들의 두번 째 집은 세계 주요 도시나 휴양지에 있어야 한다. 생긴 지 7년 된 이 플랫폼은 현재 전 세계 8800 채 고급 별장을 부자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있다. 소위 ‘억만장자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써드 홈(THIRD HOME)과, 그 주인의 이야기다.
▶ 불황 속 ‘부자들 공유 수요’찾아낸 창업자 = 세컨드 하우스를 등록한 부자에게만 ‘세번 째 집’을 쓸 수 있게 한 이 서비스는 30년 넘게 미국 부동산 업계를 겪은 사업자 웨이드 실리 본인의 아이디어였다. 애초 그는 부자들을 상대하는 호화 별장 매매업자였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셀럽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벤 애플랙의 별장 거래도 실리의 ‘작품’이었다.
그의 기존 사업은 2007년께 암초를 만났다.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비싼 별장 한 채에 큰 돈을 묶어두려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매입수요도 줄었다.
대신 실리는 새 시장을 찾았다. 여행, 그리고 공유였다. 부자들은 여전히 ‘세계 일주’를 원했다. 다만 투자 가치가 떨어진 고급 별장을 더 이상 사려하지 않았을 뿐이다.
웨이드 실리가 만든 ‘써드 홈’ 메인 페이지 |
실리는 그들의 니즈(needs)를 숙박 공유로 해결토록 유도했다. 아무데나 묵지 않고, 아무하고나 어울리지 않는 부자들 습성도 고려했다. ‘좋은 곳에 있는 비싼 집’을 세컨드 하우스로 등록할 수 있는 사람만 써드 홈 회원으로 유치한 배경이다.
그렇게 실리는 부자들의 숙박공유 플랫폼을 만들었다. 2010년의 일이었다. 여유 있는 회원에겐 세번 째ㆍ네번 째 별장도 공유하도록 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회원은 빠르게 늘었다. 놀고 있는 부동산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부자들에게 적지 않게 어필했다. 부자들의 별장은 대부분 관리가 잘되기 때문에 이용자들도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써드 홈 회원들은 세계 곳곳에 있는 8000 채 이상의 고급 별장을 이용할 수 있다. 등록된 집들의 가격 합계는 11조 2800억 원(100억 달러ㆍ2016년 기준) 이상이다.
▶ 돈 대신 등급제, ‘키(Key)’ 이용 = 실리의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회원 가입 요건이 까다로웠다. 전통적인 ‘럭셔리 마케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써드 홈에 가입하기 위해선 최소 5억 6000만 원(50만 달러) 넘는 두번 째 집을 1채 이상 소유해야 한다.
물론 아무 곳에나 있어선 안 된다. 코스타리카의 산타 크루즈ㆍ플로리다의 몬트 베르데ㆍ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세계적인 관광 지역에 위치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미국 시애틀 해안가 저택처럼 휴가 온 느낌을 낼 수 있는 지역의 집이어야 한다.
이 뿐 아니다. 집 안 혹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이용할 수 있는 풀(pool)이 있어야 하고, 골프장이나 쇼핑 시설과도 일정 거리를 지켜야 한다.
회원들은 가입비도 내야 한다. 비교적(?) 싸다. 282만 원(2500 달러)이다. 이렇게 회원이 되면, 본인이 보유한 집의 가격과 수, 1년 중 얼마나 임대가 가능한지 등에 따라 일종의 사이버 머니 같은 ‘키(Key)’가 주어진다.
써드 홈에 등록된 코스타리카의 패닌슐라 파파가요. 키(일종의 사이버머니) 5∼15개가 필요하다. |
가령 소유한 집 가격이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라면 키가 1개다. 200만달러부터 300만달러 선까지는 키 3개를 가질 수 있다. 400만달러 넘는 저택소유자에겐 키 5개가 부여되는 식이다.
회원들은 이 키를 갖고 다른 회원의 별장에 숙박할 수 있다. 이용하고픈 다른 회원의 저택에 붙은 ‘키’ 등급에 따라 자신이 가진 키를 써서 숙박 하는 식이다.
써드 홈에 등록된 뉴멕시코의 까사 보니타. 키(일종의 사이버머니) 2∼6개가 필요하다. |
물론 키를 사용하고 싶지 않으면 현금을 낼 수도 있다. 대신 이 과정에서 거래 비용 명목으로 최소 44만 원(395 달러)에서 108만 원(995 달러)을 내게 된다. 숙박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야 하는 키의 개수도 당연히 많아진다. 이 부분이 바로 써드 홈의 운영비와 수익으로 들어간다. 써드 홈은 이런 식으로 2015년 한 해에만 덩치를 전년 대비 60% 가량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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