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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도덕준수 대신 소비촉진”…록펠러家의 해양자원 보호법은 독특(?)하다
[SUPERICH=윤현종ㆍ이세진 기자] 미국 자본주의 상징ㆍ기부 가문의 대표주자…19세기 중반 미국 석유정제사업에 뛰어든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가 일으킨 록펠러 가(家)에 붙은 수식어입니다. 자선사업은 5대 째 계속되고 있죠.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 [게티이미지]

이 집안의 장손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David Rockefeller Jr.ㆍ76)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는 해양자원 보호를 통해 지구를 지키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멸종 어류를 먹지 말자는, 일종의 ‘도덕률’에 기대지 않습니다. 대신 먹어도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소비하자고 주장합니다. 역발상입니다. ‘소비≒미덕’으로 여기는 자본주의에 기초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실제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깨끗한 바다를 지킵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지나친 자본주의에 따른 문제를 자본주의를 활용해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의 이같은 생각은 지금까지 진행됐던 어족 보호 운동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단 현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남획과 금어(禁漁)를 깨는 활동으로 해양자원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죠.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바다에 가라앉는 보물(Sunken Billions)’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어업관리 시스템 미비ㆍ비효율성ㆍ남획ㆍ해양오염ㆍ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인류가 바다에서 얻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500억~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 50년간 각국 어부들이 작은 물고기들을 남획하면서 대형어는 90% 감소했습니다. 이는 ‘고비용’ 어업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어업 비효율성과 빈곤의 악순환을 낳고, 결국 인간에게 중요한 단백질원이 손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해양자원 보호 비영리단체 를 설립한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맨 오른쪽)과 그의 아내 수잔 록펠러(가운데). 가장 왼쪽은 SfS 현 회장 마크 데이비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비드는 자신이 2004년 설립한 비영리단체 ‘세이러즈 포 더 씨(Sailors for the SeaㆍSfS)를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SfS는 수상 스포츠 애호가를 중심으로 전세계 3만명 회원을 거느린 해양 환경 보호단체입니다.

그는 해양자원을 원상복구 하기 위해 “매일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해산물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며 ‘블루 시푸드(해산물) 가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루 시푸드 가이드란 ‘먹지 말라’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먹자’고 추천하는 생선들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2015~2016년 블루 시푸드로 지정된 어류에는 넙치ㆍ참돔ㆍ꽁치ㆍ망치 고등어ㆍ연어ㆍ멸치 등이 포함됐습니다.

데이비드는 “소비 측면에서 생산자를 바꿔나가려는 시도”라며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으로 잡힌 어류를 많이 먹어 어부들이 그런 방식으로 어류를 많이 생산해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비교적 풍부하고 맛있는 해산물들을 블루 시푸드 가이드로 선정해 세계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레시피와 함께 소개하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성과도 있었습니다. 블루 시푸드 가이드가 학교나 기업, 레스토랑에 보급된 것은 물론, 대형 외식 체인 및 냉동식품 기업들도 멸종 위험이 없고 환경 친화적으로 잡힌 해산물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는 자신을 ‘선원’으로 소개할 만큼 평소 소탈한 의상으로 바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사진은 미국의 한 요트 행사에 참석한 모습.

해양자원 보호를 위한 데이비드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세계은행 총재와 모나코 대공 등이 참석하는 유력 국제회의인 ‘세계해양서밋’ 등에 자금을 대고, 각국 정부에 지속 가능한 어업 육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을 방문해 SfS 총회 연설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맛있고 환경 친화적인 초밥을 많이 제공해달라”며 해양자원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한편, 데이비드의 개인 순자산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200명에 달하는 록펠러 가문의 자산은 최소 110억달러(12조 3600억 원)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1913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 자선 단체 록펠러 재단의 기금은 330억달러(37조 1000억원ㆍ2009년 기준)로 추산됩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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