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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교육 영향력’ 욕심내는 테크 CEO 3인방
[SUPERICH=민상식ㆍ이세진 기자] 개인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서비스를 개발ㆍ판매하던 ‘테크 공룡’들이 최근에는 학생들의 교육 환경까지 관여하고 나섰다. 세일스포스(Salesforce), 넷플릭스(Netflix), 페이스북(Facebook) 등 실리콘밸리 기술 대기업들이 이 흐름의 첨단에 서 있다. 이들의 막대한 자금, 그리고 기술력을 동원해 개발한 교육 소프트웨어들은 실리콘밸리 공립학교들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맞는 인재를 키우고, 스스로 배우는 학생을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기업들이 이를 스스로 ‘자선 사업’이라고 명명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의 진짜 목적은 교육과정 관여를 통한 기업 영향력 확대이며 이것이 교육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일스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 [게티이미지]

세일스포스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전의 관료주의자들(bureaucrats) 같지 않은, 스타트업 창업자같은 학생들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의 지역사회 교육 참여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시 공무원들이 그를 찾아와 학교에 와이파이 설치와 교실 노트북 구매를 명목으로 몇백만 달러를 기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그는 “더 크게 생각해야하지 않겠느냐”며 판을 넓혔다.

베니오프는 곧 샌프란시스코 통합 교육구에 1억달러(1126억원)을 향후 10년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지원은 세일스포스의 비영리 부문인 ‘세일스포스.org’를 통해 이뤄진다. 학교 교장 등 관리자들이 이곳 웹사이트 게시판에 연간 후원금 교부 희망 목록을 작성해 올리면 선정되는 방식이다. 베니오프는 이 과정에서 돈 뿐만 아니라 교육 매뉴얼까지도 배포한다.

샌프란시스코 학교의 교육감을 지낸 한 인사는 뉴욕타임즈(NYT)에 “베니오프는 거의 공공부문의 벤처 투자자다”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게티이미지]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수학 교육 소프트웨어를 실리콘밸리 공립학교에 전파하고 있다.

2009년 헤이스팅스는 인공지능(AI)를 사용해 학생들에게 수학 수업을 하는 소프트웨어 드림박스러닝(DreamBox Learning)을 처음 접했다.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사용해 사용자에게 맞는 비디오를 추천해 준다는 넷플릭스의 ‘핵심 기술’과 이 인공지능 수학 수업이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헤이스팅스의 생각이었다.

마침 이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가 현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손쓰기(?)에 나섰다. 비영리단체인 차터스쿨(charter-school, 199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입해 실시하는 교육제도, 교사나 학부모, 지역사회 시민운동가, 정부단체 등에 의해 설립 운용된다) 펀드를 통해 1100만달러(124억원)을 기부해 드림박스러닝을 인수한 것이다.

현재 실리콘밸리를 주축으로 2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학 보충교재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알고리즘이 숙련된 교사보다 학생들의 능력에 융통성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터무니없다”는 반발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NYT에 “전문가로서의 교사 역할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축소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게티이미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자산이 많은 젊은 억만장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CEO는 교육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미국 전역 100개 넘는 학교들에 페이스북이 개발한 교육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스스로 배우는 학생’을 키우는 실험에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몇명의 학생들은 한 조를 구성해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학습을 시작한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과제를 부여받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학습의 기본적인 과정이다. 여기서 학생이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면 그제서야 선생님이 도움을 주게 된다. NYT는 페이스북의 이같은 실험이 전통적인 교사와 학교의 개념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저커버그는 페루 연설에서 미국에서만 약 2만5000개의 공립 중등학교가 있다며 “다음 10년 동안 학생들에게 개인화된 학습을 적용해 학교 교육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티이미지]

테크 거물들의 다양한 교육 실험을 두고 이들 기업이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은 때때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이를 지지하는 학생과 교사 등을 모으고, 입법자와 교육 공무원을 움직일 수 있는 ‘지지자 군대’를 형성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미시간대학교 공공정책 담당 부교수인 메간 톰킨스-스탕(Megan Tompkins-Stange)은 NYT에 “그들은 정책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에 대한 대응은 부족하다. 민주주의 과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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