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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IT가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다니?
[SUPERICH=이세진 기자] 번듯한 ‘제품’ 보단 무형의 ‘서비스’를 주로 판매하는, 정보통신(IT) 기업들에 대한 편견 하나. “적은 수의 직원으로도 회사가 큰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거칠지만 답은 “아니오”다. 저마다 ‘일당백’ 하는 직원들이 두뇌를 맞대고 첨단 지식이나 혁신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줄로만 알았던 IT 산업이 의외로 ‘노동집약적’인 특색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한 스타트업

미국의 기업정보분석기관 크래프트(Craft)는 최근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를 바탕으로 ‘직원 1인당 매출(Revenue Per EmployeeㆍRPE)’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원자료가 된 S&P 500개 기업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회사들로, 2016년 500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명 이상을 고용했으며, 11조달러(1경2644조원)를 벌어들였다.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이나 매출로만 ‘줄세우기’ 되어 왔던 이 기업들이지만, 크래프트는 관점을 달리했다. 2016년 매출을 직원 수로 나누어 각 기업이 직원 1인당 ‘생산능력’ 혹은 ‘생산효율’을 얼마나 갖췄는지 산출한 것이다. 물론,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데에는 직원 말고도 기술이나 경기 등 변수가 훨씬 다양하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발레로에너지코퍼레이션 CEO 조 고더(Joe Gorder) [출처=San Antonio Express-News]

가장 높은 RPE를 기록한 회사는 제약회사인 아메리소스버진(AmerisourceBergen)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만9000명의 직원으로 1500만달러를 벌어들여, 1인당 790만달러(90억8500만원) 꼴로 회사 매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인당 760만달러(87억원)을 벌어들인 에너지 에너지그룹 발레로에너지코퍼레이션(Valero Energy Corportion), 3위는 인당 570만달러(65억원)를 벌어들인 정유업체 필립스66(Phillips66) 이었다.

반면 시가총액 1위(2017년 2분기 기준) 기업인 애플(Apple)은 직원당 190만달러(21억8500만원)을 벌어들여 전체 순위에서 24위에 올랐고, 시가총액 7위인 페이스북(Facebook)은 직원당 160만달러, 시가총액 2위인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은 직원당 13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의 한 정유 공장

산업별 구분으로 들어가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에너지 기업의 직원당 생산효율이 가장 높은가 하면, IT 기업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에너지 기업들의 평균 인당 매출은 178만6000달러(20억5000만원)로, 뒤를 이은 헬스케어 기업들의 평균 인당 매출 88만9000달러의 2배에 달했다. 

산업 부문별 직원 1인당 매출을 나타낸 표 [출처=크래프트]

IT 분야의 평균 인당 매출은 에너지 기업들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인당 매출이 48만4000달러(4억8738만)로, 산업재(32만1000달러), 자유소비재(42만4000달러) 기업과 함께 하위권에 포함됐다. RPE로 개별 기업을 줄세운 순위에서도 IT기업으로 분류된 글로벌 컨설팅그룹 액센츄어(Accenture)가 493위(RPE 8만7000달러)에, 코그니잔트(Cognizant)는 499위(RPE 5만2000달러) 이름을 올렸다. 전국적인 체인과 고객응대 직원을 둔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과 같은 수준의 ‘인력효율’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 셈이다.

크래프트는 “통념과 달리 IT기업의 평균 RPE는 IT가 ‘노동집약적(labour-intensive)’산업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레스토랑이나 호텔 체인과 같은 자유소비재(필수품이 아닌 기호에 따른 소비상품) 산업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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