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자동차는 지난 5일 비행 자동차를 만드는 미국의 기업 테라푸지아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플라잉 카는 도로에서 보통 자동차처럼 움직이다 스포츠용 경비행기처럼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자동차다. 일부 플라잉카는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수직 이착륙(VTOL)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오토 쇼에 전시된 테라푸지아의 플라잉 카 트랜지션 [게티이미지] |
볼보 인수를 시작으로 로터스의 모회사 프로톤(PROTON), 이번 테라푸지아까지 차례로 삼키며 지리차를 급성장시킨 리수푸(李書福ㆍ54) 지리 홀딩그룹 회장은 인수금액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인수를 통해 테라푸지아는 지리의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아 지난 수년간 출시가 미뤄진 자사의 비행 자동차 출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라퓨지아는 연구개발(R&D)은 미국에서 진행하고, 생산공장은 중국에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 자동차 창업자 리수푸(54) 지리 홀딩그룹 회장 [사진제공=볼보]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엔지니어 5명이 2006년 설립한 테라푸지아는 2009년 2인승 플라잉카 ‘트랜지션’(Transition)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휘발유를 연료를 사용하는 테라푸지아의 비행 자동차의 무게는 약 800㎏으로, 비행 거리는 640㎞, 비행 속도는 시속 160㎞이다. 판매에 필요한 경비행기 인증을 받아 향후 3년 내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판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30만 달러(3억4000만원)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라푸지아는 활주로가 필요 없이 수직 이착륙과 자율 비행 기능 등을 갖춘 4인승 플라잉 카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한 지리차. 사진 왼쪽은 리수푸 회장 [사진제공=볼보] |
중국 안에서도 후발주자에 속했던 지리차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자동차그룹으로 키운 리수푸 회장은 중국 저장(浙江)성 항구도시 타이저우(台州)의 가난한 농부 자식으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냉장고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냉장고 부품을 직접 만들어 팔며 가전제품 시장에서 성공한 후 1990년대 후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부도 위기에 빠진 국유기업 지리를 인수한 후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중저가 브랜드 전략으로 중국 안에서 성공한 뒤 볼보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였다.
로터스 에보라 400 [사진제공=로터스] |
볼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풍부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고, 볼보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독자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까지 최근 선보였다. 이어 지난 5월 말레이시아 국민차 제조업체인 ‘프로톤’과 프로톤 자회사인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로터스를 사들였다.
판매부진에 빠진 로터스는 지리의 풍부한 자금을 수혈받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으며, 지리차는 로터스의 경량 차체 기술을 통해 차량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수푸 회장은 이달 7일 포브스 평가 기준 102억달러(11조8000억원)의 자산을 가진 중국 16번째 억만장자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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