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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경영권 승계는 없다” 락앤락 매각한 창업주 김준일
[SUPERICH=민상식ㆍ윤현종 기자] 밀폐용기로 유명한 국내 1위 주방생활용품업체 락앤락이 아시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로 경영권이 넘어간다.

락앤락은 지난달 25일 최대주주 김준일(65) 회장과 특수관계인 김창호(57) 씨의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 지분 63.56%를 6293억원에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80억달러(9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어피니티는 과거 하이마트(2005년), 로엔엔터테인먼트(2016년) 등 국내 기업 지분을 사고팔아서 고수익을 올린 사모 펀드 운용사로 유명하다. 매도 주식은 김준일 2903만5919주(52.79%), 김창호 592만5348주(10.77%)로, 각각 5226억원과 1066억원에 주식을 매도했다.

락앤락 창업주 김준일(65)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김준일 회장은 26세였던 1978년 국진화공을 설립해 39년간 회사를 이끌어 왔다. 1998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신개념 4면 결착 밀폐용기 ‘락앤락’을 출시하고 이후 사명까지 락앤락으로 바꿨다. 이후 락앤락 및 혁신적인 기능을 갖춘 주방생활용품을 선보여, 한국을 넘어 중국과 베트남 등 전 세계 177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번 락앤락 지분 매각 배경은 김 회장의 개인 건강 문제와 락앤락의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목적이 크다. 김 회장은 최근 몇년간 1년에 240일의 해외출장을 다니는 등 건강에 무리가 왔다. 그는 또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기업 경영 노하우를 가진 글로벌 전문투자기관의 경영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준일 회장은 이번 주식 양도 이후에도 재투자를 통해 락앤락의 주요 주주로 남아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김 회장 슬하 3형제 중 첫째ㆍ둘째 아들이 락앤락에 다니고 있지만,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처럼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성공률이 가장 낮다”면서 “아직 우리 애들이 세상 경험이 많지 않아 회사 승계가 결국 그 애들에게도 큰 짐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원조 4면 결착 밀폐용기 락앤락 [사진제공=락앤락]

이번 지분 매각으로 김 회장은 세금과 은행 빚을 제외하고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그는 이 돈을 공익재단과 벤처캐피탈 운영 등에 사용할 생각이다.

일부 금액을 김 회장이 지난해 3월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 아시아발전재단에 출연해, 한국 내 다문화가정지원 및 해외동포학생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청년 창업자 지원을 위해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컨설팅을 하거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KY탕(왼쪽)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회장과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

락앤락은 어피니티의 투자를 받아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전략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락앤락은 또 최근 2년간의 체질개선을 거쳐 실적 턴어라운드가 달성돼, 매각 이후에도 임직원에 대한 고용 보장은 계속 이뤄진다.

어피니티는 스위스계 UBS금융그룹 산하 아시아와 태평양 투자를 담당하던 UBS캐피탈아시아퍼시픽이 2004년 분사해 설립된 회사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KY탕’(TANG Kok-Yew) 회장과 삼성전자 샐러리맨 출신인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이 함께 운용사 독립을 이끌며, 공동으로 어피니티를 세웠다.

KY탕 회장은 옛 체이스맨하탄 뱅커로 커리어를 시작해 17년간 일한 후 지역 회사를 거쳐 1999년부터 UBS캐피탈에서 일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박영택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19년간 일하다 2000년 UBS캐피탈에 합류하면서 PEF 업계에 발을 들였다. 박 회장은 금융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호주와 북미 법인의 재무를 담당했고, 퇴사 직전에는 서울 본사의 국제 IR팀 책임자를 지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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