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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28〉 자란(Bletilla striata (Thunb.) Rchb.f.)
억척스럽게 자주색 꽃을 피우는 지생란, 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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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내 자생란을 살펴보면 종이 꽤 다양하다.
지생(地生)이냐 착생(着生)이냐에 따라, 지생란에는 보춘화(춘란), 한란, 새우난초, 금새우란, 죽백란, 은난초, 금난초, 약난초, 비비추난초, 복주머니란, 잠자리난초, 해오라비난초, 닭의난초, 타래난초 등이 있고, 착생란에는 풍란, 나도풍란, 석곡, 지네발란, 탐라란, 비자란, 금자란 등이 있다. 부생성(腐生性) 기생란으로는 천마, 으름난초, 대흥란 등이 있다.

지생란에 속하는 자란(Bletilla striata)은 자주색 꽃이 피는 난초라 하여 자란이라 부른다. 일본, 중국에 분포하며, 국내에선 제주도, 전라남도(고흥군, 무안군, 신안군, 진도군, 완도군, 해남군, 영암군, 목포시 등) 해안 및 해안가 산지에 주로 분포한다.

햇볕이 잘 들고 약간 건조하며 척박한 곳에 주로 생육한다. 잎은 길이 20~30, 너비 2.5정도로 밑부분에서 5~6개의 잎이 서로 감싸면서 원줄기처럼 자란다. 꽃은 5~6월에 잎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50정도 자란 다음 6~15개의 홍자색 꽃이 총상으로 달린다.

씨방은 긴 타원형으로 달리며
, 씨방 안에는 먼지종자가 빼곡이 들어찬다. 열매는 8~9월에 성숙한다. 난상의 구형 알줄기는 높이 4정도로 육질이며 겉과 속이 백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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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자란 자생지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강광에서 잘 자라고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강건한 자생란이다. 제주도 및 전라남도에 자생하는 남쪽식물이므로 동절기 내한성은 낮은 편이다.

본래 남부지방에 주로 생육하는 식물이지만
, 중북부지방에서도 찬 바람을 막아주고, 낙엽, 왕겨, 짚 등으로 두껍게 피복을 해주면 월동을 기대할 수 있다. 낙엽수림 하부 등지에 식재하여 겨울철의 차고 건조한 바람을 막아주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배수가 잘 되는 사질토양에 부엽토를 섞어서 재배하는 것이 좋고, 강한 햇빛에서도 잘 자란다. 여름철의 고온다습하고 환기 불량인 조건에 지하부 알줄기가 취약하므로 지하부의 배수와 통기에 주의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만
, 충분한 시비로 알줄기 번식을 통해 단기간에 쉽게 세력을 키울 수 있다.

자란은 실생, 포기나누기, 알줄기 삽목 등으로 쉽게 증식할 수 있다. 자란 종자는 수분 후 150일 경과하면 결실되고, 유묘의 생장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치게 익어서 씨방의 열개선이 벌어지면 오염이 되고
, 먼지종자가 바람에 빠져나가는 단점이 있다. 자란 종자의 기외파종을 통한 개체 확보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즘에는 조직배양실에서 기내 파종을 통한 무균배양을 일반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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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을 활용한 분경


자란은 알줄기의 겨드랑이눈으로부터 맹아가 발생하여 새로운 개체가 형성된다
. 새순을 1개 이상 붙여서 알줄기를 분리하면 포기나누기가 된다. 난초과 식물은 호기성(好氣性)으로 뿌리가 땅 속 깊이 들어가지 않고, 방석 형태로 지표면 가까이 뿌리가 뻗어나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 포기나누기 한 개체를 식재할 때는 20정도 식재간격을 확보해주는 것이 좋다. 새순이 달리지않은 묵은 알줄기를 통한 삽목도 가능하다. 묵은 알줄기를 수태 등으로 감싼 다음 용토에 묻어서 수분관리를 해주면 새순을 유도할 수 있다.

식·약용

자란의 약명은 백급(白?)’이다. 천연 지혈재로 알려진 백급을 주로 외상에 바르거나 위궤양에 복용한다. 약리작용으로 지혈, 위궤양 치료, 항균, 항암 작용이 보고되어 있다. 자란 덩이줄기 추출물이 피부 보습 및 진정 효과를 가져서, 화장품 개발 등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원예·조경용

큼직큼직하고 짙푸른 잎, 다닥다닥 달리는 자주색 꽃차례,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건하게 자라는 성질, 왕성한 번식력 등 자란의 관상가치는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남부지방의 도로 화단 조성이나, 정원 경관 조성 등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대규모 군락에서 5~6월경 일제히 꽃대를 올린 모습이 볼만하다. 장독 뚜껑 등을 활용한 분경을 연출해도 좋다.

수 년 전, 진도 해안가 산지에서 지천으로 펼쳐진 자란 꽃차례를 만난 적이 있다. 자주색 자란 꽃이 푸른 바다와 어울린 모습에 반해서 이후로도 자란이 꽃피는 시기가 되면 진도를 찾곤 한다.

늘 느끼는 생각인데
, 우리나라는 그리 넓지않은 국토 면적에 비해 충분히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잡은, 복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지치고 머리가 복잡할 때, 휘리릭 찾아가볼 곳이 많다. 감사한 일이다. 마음은 벌써 내년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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