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네비게이션을 생산ㆍ수출하는 S사는 최근 일본으로의 수출품에 대금결제를 받지 못해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사례2)엑스레이기기를 제조하는 W사는 일본으로부터 부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수출할 엑스레이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례3)케이블 등 전기 기자재를 수출하는 A사는 리비아 사태 발발 이후 지금까지 수출대금 67만달러를 회수하지 못한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말까지 140만달러 가량의 수출피해가 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례4)리비아로 과즙 음료를 수출하는 B사는 2월 중순에 도착해야 할 수출물량이 현지통관을 하지 못해 135만달러의 피해가 났다. 지난 5년간 리비아에 안정적으로 과즙음료를 수출했던 이 업체는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일본 지진과 리비아 사태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가 속속 현실화되면서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어 사태 장기화시 중소 수출기업의 상당수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피해사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중소기업청이 일본 지진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현황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무역센터에서 개최한 ‘중동의 정세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피해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특히 리비아 사태는 연말까지 끌 경우 국내 업체의 연간 수출피해 규모가 1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리비아 사태, 수송기계류 피해 가장 커=무역협회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리비아에 수출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278개 기업 가운데 33.1%인 92개사에서 수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 발생 이후 최근 2주간 대(對) 리비아 수출차질 규모는 7900만달러 내외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리비아에 대한 총 수출규모의 5%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대 리비아 수출은 지난해 14억1000만달러로 중동 국가 중 6위에 해당하며 전체 중동 수출규모의 5% 내외를 차지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건설 중장비 등 수송기계류가 총 47개사 6200만달러로 가장 피해가 컸으며, 석유화학제품이 10개사 800만달러, 전기전자제품 10개사 440만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선적중단 및 운송ㆍ통관 차질이 33%로 가장 많았고, 수출대금 미회수ㆍ지연 30%, 계약 중단ㆍ지연 22% 등의 순이었다.
무역협회는 리비아 사태가 연말까지 장기화할 경우 건설 12억달러, 기계류 1억9000만달러, 전기전자 8500만달러, 화학공업 4100만달러의 수출피해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겠다고 응답한 업체가 53.7%, 기존 시장에 대한 수출물량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업체가 40.2%로 나타났다”며 “수출차질 물량을 내수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답변은 2개사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정부에 리비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출업체 대한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협회는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무역금융한도를 확대하고 사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수출자재 및 기업운영자금을 장기저리로 융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향후 리비아에 대한 수출을 재개할 때 수출보험과 금융지원을 확대해 적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한편 해외건설협회는 단기적으로 리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 건설 수주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업체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는 중동 시위사태의 주원인인 경제에 대한 불만 해소를 위해 인프라와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 건설 업체들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측은 “건설경기 부양은 실업률 해소 등 민생 경제현안을 해결할 최우선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이며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오일머니를 통한 신규 발주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지진 따른 기업 피해도 속속 접수= 중소기업지원 비상대책반을 통해 접수된 일본 지진에 따른 우리기업의 피해는 지난 22일까지 119개 업체에 3940만달러에 달했다. 하루 평균 17건의 피해가 접수되며 지진발생 10일이 지났지만 피해접수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피해 기업은 수출기업이 81%(96개)로 가장 많고 업종별로는 광학ㆍ전기기기가 22.5%, 기계(19.6%), 식품(18.6%), 화학제품(14.7%) 등의 순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주요 피해유형은 수출기업은 수출계약후 바이어 연락두절, 수출 중단 또는 보류, 납기연장 요청, 수출주문 감소 등이고 수입기업은 일본 기업의 공장가동 중단ㆍ축소, 운송차질 등으로 원자재ㆍ부품ㆍ소재 수급 차질, 대체거래선 정보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중기청은 “수출기업에 대한 영향이 단기적ㆍ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접수 결과 피해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사회 전반의 위기심리로 인한 수입수요 감소, 물류기능 마비 등으로 수출감소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으로부터 100만달러 이상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568개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27개 업체에 4700만달러의 생산 및 수출차질이 발생하고 327개 업체가 국내 조달 또는 해외 대체수입선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부품소재의 재고여력(1~2개월)이 많지 않고 국내 조달 또는 해외수입 대체선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품ㆍ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중기청은 예상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경우 일본 관광객 감소로 명동 상가와 동대문시장은 매출이 30~40%, 남대문시장은 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재일(在日) 외국인의 우리나라 입국으로 숙박업 등은 단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일본 지진으로 피해가 늘고 있는 수출중소기업에 대해 ‘일시적 경영애로자금’ 300억원과 부품ㆍ소재 구입자금 1000억원을 각각 지원하는등의 대책을 내놨다.
한편 일본으로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총 1만9500개로 전체 일본 수출기업의 95.5%,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중소기업은 3만4000개로 전체 일본 수입기업의 95.8%를 각각 차지한다.
<김형곤 기자 @kimhg0222>
kimhg@heraldcorp.com